2001년 11월 25일 우여곡절 끝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설치 당시만 해도 기대반 우려반이었지만 5년이 지난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의 필요성과 역할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그리고 2005년 8월경에는 지역 인권현실을 반영하여 부산과 광주에 지역 사무소를 설치하게 되었다. 이 지역의 경우 지역 사무소 설치로 인권재단 등 수많은 기구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활발한 인권활동사업을 하고 있고, 지역민과 공무원의 인권의식도 나날이 향상되어 가고 있다.
대구의 경우에도 인권신장과 소외계층의 접근성 보장 측면에서 대구지역사무소 설치가 적극 논의되었지만 행정부와 기획예산처와의 협의과정에서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다가 결국 설치가 보류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의 인권보장이 예산에 밀려났다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대구가 인권에서조차 후진도시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 최근 대구·경북지역 50여개 인권·시민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대구사무소 설치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필연으로 보인다. 첫째, 국가인권위원회의 업무 특성에서 찾을 수 있겠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주된 업무인 인권침해 행위와 차별 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는 구체적인 지역과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신속성과 현장 접근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나 인권에 관한 교육·홍보도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인권의식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도 지역적 기반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즉 국가인권위원회는 태생부터 지역 사무소의 설치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대구·경북지역은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대구·경북지역은 대구교도소 등 9개의 구금시설과 35개의 경찰서, 57개소의 사회복지시설이 있고, 기타 이주노동자와 노숙인·탈북인·한센병 질환자 등 인권관심 영역이 광범위하게 산재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2004년 연간보고서를 보면 인권침해 상담기관으로 경찰·검찰·다수인 보호시설·구금시설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경찰과 다수인보호시설·구금시설은 대구·경북지역이 지방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또한 2004~2005년도 전국 구금시설에 대한 권역별 면전 진정 신청건수에서도 전체 건수 중 대구권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셋째, 인권 실태조사와 인권 교육을 위해서라도 대구사무소 설치가 시급하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아직까지 내실 있고 종합적인 인권실태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일부 인권단체가 부분적으로 자체조사 한 적은 있으나, 재정적 어려움과 관련기관의 비협조로 조사과정에서부터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 다반사였다.
어렵게 조사결과를 도출해도 해당기관은 공신력을 문제 삼으며 정책에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인권교육의 후진성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지역사회에 팽배해 있는 권위주의적 서열문화와 연고주의적 관계문화는 인권의식에 장애가 되고 있고, '일상적이고 장기적인 인권교육을 통한 인권의식 향상'이라는 구호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넷째, 대구사무소 설치는 참여정부의 분권혁신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즉 대구사무소 설치를 통해 인권분야와 관련된 중앙과 지방과의 격차 해소, 지역 주민과 관련 기관에 대한 밀착된 인권서비스로 대구·경북지역의 인권수준 향상에 이바지 할 것이다.
대구에 대한 많은 부정적 이미지 속에는 인권낙후도시, 대형 참사가 빈번한 도시라는 오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선진화된 인권도시 대구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호철(변호사)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