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은 어버이날'…딸과 엄마, 무엇을 원할까?

8일은 어버이날. 어느날 문득 거울 앞에 서면 나를 키우던 그 시절 엄마처럼 중년의 고개를 훌쩍 넘어서버린 엄마가 되어버린 나에게 딸은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반대로 딸은 엄마인 나에게 어떤 것을 원하고 있을까. 서로 알아야, 해결책이 나온다. 가족 가운데서도 가장 가까운 사이인 딸과 엄마의 속내는 무엇이 같고, 어디가 다른지 알아봤다. 딸세대의 표본집단으로는 대구여고(교장 최달천) 2학년 558명, 어머니세대의 표본집단으로는 대구여성회관(관장 이상욱) 이용 주부 261명을 대상으로 택했다.

◆ 엄마들도 사랑을 원한다

어머니들이 자녀 특히 딸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단연코 '엄마 사랑해'였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141명(54.0%)이 '엄마 사랑해요'라고 표현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딸들이 진심을 담아 건네는 '사랑해요'라는 한마디는 어떤 위로나 보상보다 더 큰 용기를 불어넣어 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어머니들이 원하는 말은 '엄마가 최고야'로 22명(8.4%)이나 되었다. 엄마처럼 친구처럼 지내는 딸들이 엄마에게 긍정적인 표현을 자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이어서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말을 17명(6.5%)의 어머니들이 듣고 싶어했고, 16명(6.1%)의 어머니는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을 듣고 싶어했다. 이외에 '엄마가 하는 음식은 다 맛있어'와 '엄마 딸이어서 행복해'하는 말을 각각 9명(3.4%)의 어머니들이 듣기를 원했다. 단순히 어머니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예'라고 대답하거나 '열심히 공부할께요'라는 다짐 혹은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어머니가 각각 8명이었다. 이밖에 '엄마와 코드가 맞아'라며 대화가 통한다고 여기거나 '엄마도 뭐든지 할 수 있어요'라고 자신감을 키워주기를 원하거나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할께요'라는 각오가 듣고 싶은 주부도 각각 6명씩 되었다.

◆ 엄마처럼 살기 싫다니…

대구의 어머니들이 딸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엄마처럼 살기 싫어'이다. 전체 응답자 261명 가운데 89명(34.1%)이 '엄마는 여태 뭐했어?' 혹은 '왜 이렇게 살아?' '를 포함하여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는 자녀들이 말로 가르치는 대로 자라지않고 부모의 뒤꼭지 보고 자라며 부모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을 실감케하는 응답이다. 자녀로부터 인정받는, 어머니다운 어머니되려면 무섭도록 열심히 살아야함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많은 응답은 '엄마는 그것도 몰라' 혹은 '그것도 못하나'로 72명(27.6%)이나 되었다. '(엄마가)내한테 해준게 뭐있노. 관심이나 있나'가 26명(9.7%), '내가 알아서하께. 잔소리 그만해'가 23명(8.8%)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그렇게 먹으면 살찐다'거나 '(딸이)아프다'는 얘기, '(일을 시키면)나중에'라거나 부모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가득차서 '왜 날 낳았냐'고 따지는 투의 대답도 듣기 싫어했다. 기타 '엄마가 무능력하다'고 깔보거나 '모든 잘못을 엄마 때문이야'라고 탓한다는 대답도 적지 않아 엄마-딸의 원만한 관계 정립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 딸들은 칭찬을 먹고 자라요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이 엄마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잘했어, 착해' 류의 칭찬이었다. 무려 275명(49.2%)의 소녀들이 딸을 최고라고 믿어주거나 자랑스러워하며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엄마의 '한마디'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때로는 억지말이라도 하고 나면 정말로 그렇게 일이 진행되는 신비한 경험을 한 이들이 적지 않다. 우선은 어머니가 딸부터 믿고 신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키워놓은 보람을 느낀다며 '사랑해'라고 말해주길 원하는 응답이 78명(14.0%),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제'라는 위로를 포함한 '수고한다'는 말을 듣고싶어하는 딸이 48명(8.6%), '(이제는 여자도 뭐든지 할 수 있으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가 38명(6.8%). '용돈주까'가 36명(6.5%), '옷 사주까' 25명(4.9%), '(간식 먹고 해라, 외식하러 가자, 시켜먹자를 포함한 )뭐 먹고 싶노'가 24명(4.3%), '공주(혹은 우리 딸)가 제일 이뻐'가 16명(2.9%), 특별나게 듣고싶은 말이 없다는 12명(2.2%), 기타 공부좀해라, 빨리 자라, 놀러가자는 말을 원하는 딸들도 적지 않았다. 소수 의견으로는 '공부 안해도 된다'거나 '머리 길러도 된다'는 두발 자유화를 원하는 대답과 '오늘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혹은 '해'라고 허용적인 대답을 듣고 싶은 딸들도 있었다.

◆ 성적만 따지는 건 싫어요

딸들은 공부하는 과정은 눈여겨보지도 않고 결과만 따지듯이 '무슨 성적이 이 모양이고'라고 나무라거나 혹은 '커서 뭐하려고 그러니?', '좋은 대학 가서 좋은데 취직해야지', 'TV 끄고 들어가서 공부해라'를 포함해서 총괄적으로 '공부해라'라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211명, 37.8% 응답). 다음으로는 옆집 또래나 친구 혹은 가족인 동생이나 언니 오빠 그 누구와도 비교당하는 것을 꺼렸다.(82명, 14.7% 응답). '뭐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네'류의 무시하는 말(45명, 8.1%)이나 잔소리(36명, 6.5%), '잠그만 자고 일어나라'(25명,4.5%)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속상하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왜 이렇게 못하니?'라는 질책성 실망을 부담스러워하는 응답이 20명(3.6%)이었다.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해라'(13명, 3.0%), '방 치워라'(13명, 3.0%), '여자가 칠칠치 못하게'(13명, 3.0%), '그만 먹고 살 좀 빼라'(11명, 2.0%), '너 때문에 되는게 없다'(7명, ), 기타(39명, 7.0%), 무응답(13명, 3.0%) 순으로 나타났다.

글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msnet.co.kr

설문 협조 대구여고, 대구여성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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