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하고 넉넉한 신라의 풍경과 대자유한 민족의 부처, 원효의 일생을 소설화하다.' '1천400년 전 신라 땅에서 탐욕과 야망에 사로잡힌 권력층에 매섭게 진리를 전하고, 착하고 순한 중생들에게는 지극한 사랑으로 불법을 전하며 온몸으로 어두운 세상의 새벽이 되었던 거대한 스승 원효, 그의 삶과 사상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빚어내다.'
한국 신문학의 개척자인 춘원 이광수와 현대 한국문단의 중진작가인 한승원이 원효대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을 들고 출판시장에서 한 판 승부를 가린다. 이광수의 장편소설 '원효대사 1,2'(도서출판 화남)와 한승원의 장편소설 '소설 원효'(전3권·도서출판 비채)가 동시에 출간된 것.
춘원의 장편 '원효대사'는 그간 여러 차례 재출간됐다. 그러나 소설 곳곳에 나타난 불교용어와 불경 인용으로 일반 독자들이 소설의 전편 내용을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따라서 이번 장편을 출간한 화남출판사가 신세대 독자들과 한글세대를 위해 원전에 수록된 한문 원전을 해석하고 주해를 달았다.
춘원이 쓴 장편 '원효대사'는 "문학적 원숙기에 작가적 야심으로 쓴 회심의 대표작"(김준태 시인), "원효를 조선민족으로 보고 한민족 자체를 인격화 한 작품으로 일제의 말살정책에 맞서 우리 말과 글로 쓴 춘원의 대표적 역사소설"(김윤식 문학평론가)이란 찬사가 뒤따른다.
그렇지만 일제가 황국신민화정책을 책동하던 시기에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작품을 연재했던 연유로 춘원의 친일문학 논쟁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작가 한승원도 화남출판사에 이 점을 제기한 적이 있다.
결국 춘원과 한승원이라는 작가가 달라진 시대의 스펙트럼을 통해 원효라는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고 해석해냈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는 의미에서 출판시장에서의 경쟁으로 귀결된 것.
한승원의 소설 '원효'는 먼저 일연의 '삼국유사' 기록에 반론을 제기한다. 원효는 신라의 삼국통일 전쟁을 죽음을 무릅쓰고 반대한 반전주의자이고, 한 나라의 영토와 경계를 뛰어넘은 세계주의자이며, 일심(一心)과 화쟁(和諍)과 무애(無碍)를 실천한 불국토주의자라는 것이다.
불교사상이 저변에 흐르는 두 작가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 중의 하나가 원효와 요석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연이다. 나름대로는 신화 속에 박제되고 오독되어온 원효의 삶을 문학적으로 복원하고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다는 작가들의 장편에 독자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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