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쌍꺼풀과 외꺼풀

어느날 한 아주머니가 여대생 딸을 데리고 왔다. 딸은 못 올 데를 왔다는 표정으로 매우 못 마땅한 얼굴이었고, 어머니는 아주 상기된 모습으로 딸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떤 일로 왔느냐고 물었더니, "아니, 얘가 이 얼굴로 다니니 엄마로서 너무 속이 상해요. 다른 집 애들은 얼마나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데 이게 뭐예요, 선머슴도 아니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어디가 어떤데요? 별 문제 없어보이는데요"라고 했더니, "쌍꺼풀도 없고, 코도 그렇고..."라면서 "다 고쳐주세요"란 주문을 내놓았다. 아주머니와 한참 이야기를 하는 동안 딸은 아무 말 없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학생은 어디를 고치고 싶어요"하고 묻자, 그제야 여대생은 내게 눈길을 돌리며 "솔직히 난 괜찮은데, 엄마가 자꾸 가자고 해서 왔어요."라고 했다. 약간 '보이시'한 매력을 가진 그 여학생은 외까풀 눈에 남성적인 코를 가지고 있지만, 옛말로 말하면 맏며느리 감으로 보일 정도로 잘 생겼다.

그런데도 여대생의 어머니는 "요즘 나가 봐요. 얘처럼 쌍꺼풀도 안하고 다니는 애가 있는가."라고 막무가내였다. 아무리 성형외과를 전공하는 의사지만 어머니의 말이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도 장난감도 아니다. 딸이지만 어엿한 성인인 한 사람의 외모를 어찌 엄마라는 자격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매일 자기의 얼굴을 보면서 '음, 네가 나라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사람의 얼굴을 억지로 바꿨을 때 '거울 속의 자신'을 '자신'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더구나 그 후 '자아'를 찾기 위한 더 많은 수술이 반복될 수도 있다. 세간에 화제가 된 '선풍기아줌마'를 기억할 것이다. 모두가 성형수술의 부작용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정신착란증'환자라고 보고 싶다.

'자아'를 잃어버린채 끊임없는 수술과 이물질 주입으로 결국 자신을 본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버린 불쌍한 환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성형수술의 부작용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은 미비했던 것 같다.

물론 쌍꺼풀 수술해서 보기 좋고 자신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성형수술은 자신감을 되찾아줘 활력있는 생활을 도와주는 수술이다. 하지만 모두가 쌍꺼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외꺼풀이 더 어울리고 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모두를 똑 같은 눈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자신의 개성있는 얼굴이 더욱 소중한 세상이다.

박재우 경북대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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