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감나무는 왜 멀리 서있었나

얘야, 어제는 어버이날이었구나. 일년 365일 어버이날 아닌 날이 어디에 있겠느냐만 특별히 어버이날을 정한 까닭은 사람들이 어버이의 은혜를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 아니겠니?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구나.

옛날 어느 곳에 한 가난한 농부 내외가 연세 많으신 바깥노인을 모시고 어린 아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단다. 그런데 이 집의 바깥노인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단다. 젊었을 때에는 괜찮았는데 나이가 들자 차차 눈이 멀게 된 것이지. 노인은 아들 내외가 밭으로 일을 하러 간 뒤 아장거리는 손자와 함께 집을 보곤 하였단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노인은 깜박 잠이 들었는데, 한참 뒤 이불을 개어 얹는다는 것이 그만 잠들어 있는 손자 위에 얹고 말았다는 구나. 그리하여 어린 손자는 그만 이불 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지. 아들 내외가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귀까지 어두운 이 노인은 아무 것도 모르고 다시 잠들어 있었고…….

며느리는 기가 막혔지. 네 같았으면 어떻게 하였겠니? 그러나 이 며느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들을 안고 밖으로 나와 멀리 떨어진 밭둑으로 갔단다. 거기에는 굵은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지. 며느리는 아무리 통곡을 해도 집에는 들리지 않는 이 감나무 밑에 와서야 비로소 숨을 거둔 아들을 부여안고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는 구나.

"에이그, 이 녀석아! 왜 하필이면 그 자리에 누워 할아버지께 걱정을 끼쳐드리느냐? 할아버지가 네 소식을 알면 얼마나 슬퍼하시겠느냐? 이 불효막심한 놈아!"

이 며느리는 아들을 숨지게 한 시아버지를 원망하기보다는 도리어 죽은 아들을 나무랐다는 구나. 그리고는 시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으로 손자가 숨을 거두었다는 것을 알게될까 봐 여간 조심하지 않았단다. 시아버지가 손자를 찾으면 밖에서 놀고 있다고 대답하는 등 얼른 그럴 듯하게 둘러대고 하였지.

"참으로 대단한 효부야."

후에 이 소식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며느리를 칭찬하였지. 그리고 나라에서도 이 소식을 듣고 정문(旌門)을 세워 크게 칭찬하였고…….

그 때부터 이 마을은 효부동이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우리 나라에는 곳곳에 효자동, 효잣골, 효부동이 많이 있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효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겠니?

옛 가르침에 '효도(孝道)는 백행지본(百行之本)'이라는 말이 있단다. 즉 '효도'는 '모든 행동 중에 가장 으뜸이 되는 행동'이라는 뜻이지. 다른 행동을 아무리 잘 해도 효도를 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단다.

얘야, 너는 어떻게 하는 것이 참된 효도라고 생각하느냐?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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