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어버이 은혜

어렸을 때에 참 철딱서니가 없었던 자였다. 고기의 맛없는 부분만 골라 드시는 어머님의 취향이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지, 몸이 약한 나를 위한 사랑의 배려임을 눈치 채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낳으실 때 괴로움,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시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신 어머니의 은혜를 잊지 않아야 한다. 아니 요즈음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버지의 은혜도 망각해서는 안 되겠다.

조창인 씨의 '가시고기'라는 소설은 바로 아버지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다. 가시고기의 암놈은 알을 낳고는 자기 멋대로 가버린다. 그때부터 수놈은 그 알을 외부침입으로부터 지키는데 그런 와중에서 만신창이가 다 되어버린다. 그 결과로 알은 부화하고 새끼 가시고기가 된다. 그런데 새끼들은 아빠 고기에게 감사치도 않고 같이 있지도 않고 제멋대로 가버린다. 남은 아빠 고기는 바위에 부딪치며 마침내 장렬히 죽는다. 그것이 가시고기의 일생이다.

어디 가시고기뿐인가? 대자연 속에서 새끼들을 번성시키기 위해 낳고 기르고 마지막에는 자기 몸을 바쳐 거름이 되게 하는 어미들이 참 많다. 고향으로 돌아와 새끼를 낳는 연어도 그 중의 하나다.

남대천이 고향인 연어들은 떠날 때는 새끼 손가락만한 하던 것들이 북태평양을 돌아올 때는 팔뚝보다 더 큰 어미가 된다. 바다는 연약한 새끼 연어를 키우기에는 너무 천적이 많고 적당한 은신처가 없다는 걸 알기에 어린 새끼 연어가 숨을 곳이 많은 개울 상류로 온갖 어려움을 뚫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개울 상류에는 물이 너무 맑아서 새끼의 영양분이 모자란다. 그래서 어미 연어는 새끼를 낳고는 죽어서 그곳 개울물의 영양소가 되는 것이다. 즉 썩은 어미의 몸은 미생물과 벌레의 먹이가 되고 새끼 연어는 그 벌레를 먹고 자라나는 셈이다. 결국 어미 연어는 그 긴 일생의 여정이 끝난 후 새끼를 위해 송두리째 바쳐지는 것이다. 새끼 연어들이 이런 부모의 은혜를 잘 깨닫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부모들도 가시고기가 되어, 연어의 심정을 갖고 사랑과 희생을 삶으로 자녀들을 길러낸 것이다. 필자는 뒤늦게 그 사랑을 깨달았는데 그때는 이미 두 분 다 고인이 되어 버린 후가 되어버렸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효도 다하여 후회함이 없는 인생들이 다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관 대구수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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