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버스토리] 새내기 교사 "내 나름의 수업법에 감명"

6일 오전 대구 중구 동덕초교 한 2학년 교실의 '국어 읽기수업' 시간. 담임교사를 따라 교실 문으로 들어선 순간 재잘재잘 떠들고 있으리란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아이들은 연필을 꾹꾹 눌러 가며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쓰느라 진지했다. "누구 발표할 사람?" "저요, 저요." 기다렸다는 듯이 작은 소란(?)이 이는데 도화숙(53·여·교직 32년차) 담임교사가 펴든 '손가락 하나' 에 조용해진다. 아이들과 선생님간의 '주목'이라는 약속. "손 차렷!". 까치발까지 해 가며 손을 들었던 맨 뒷줄 녀석도 슬그머니 자리에 앉는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응시하며 어버이날을 설명하는 도 교사의 음성은 나지막하면서도 알아듣기 쉽다.

"교대에서 배우던 것과 정말 달라요. 어떻게 이렇게 애들이 말을 잘 듣죠?" 참관하던 김소영(23·여·1년차) 교사가 낮게 탄성을 지른다. 도 교사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너무 친구처럼 지내려고만 하는 것 같다."며 "나도 나이 40이 돼서야 내 나름의 수업법을 갖게 됐다."고 빙긋이 웃음 지었다.

학교 현장에서 멘토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규격화가 어려운 것이 학교 수업이고 보면 이곳 만큼 멘토링이 절실한 곳도 없다. 교사 간 멘토링의 초점은 역시 교수법. 하지만 멘토들은 '수업 기술' 만큼이나 교사로서의 소양과 아이들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왠 고리타분한 얘기냐고? 멘토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보자.

"가령 교실에서 돈이 없어졌다고 칩시다. 이 때 교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이 '누가 돈 훔치는 것 본 사람 있느냐. 쪽지에 적어라'는 식으로 아이들이 고발하게 만드는 거예요. 차라리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잘못 된 일이다'고 뉘우치게 유도하는 편이 더 낫죠. 돈은 며칠 있다 찾아도 되잖아요."

이인희(53·여·31년차) 서평초교 교사는 선배들로부터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고 바르게 지도하는 법을 배우는데 신경쓰라고 주문했다.

멘토링을 선·후배 교사들이 만나 친목을 다지는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후배 교사에 대한 질책도 아끼지 않는다.

"어떤 새내기 선생님이 학부모 참관 수업 이후 학부모나 학생한테서 왕따를 당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은 일이 있었어요. '~~해라'는 식의 지시 위주로는 요즘 학부형에게 어필할 수 없어요."

김선희(39·여·17년차) 두류초교 교사는 멘토링 주제를 '온라인-오프라인 수업 모니터링을 통한 새내기 교사들의 Self 교수력 높이기'로 정했다. 김 교사는 에듀넷 동영상 자료실에 올라온 모범 수업을 본 뒤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토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어떻게 재미있게 가르칠까만 염두에 둔 나머지 수업의 깊이가 없이 산만하거나 학습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곤 한다."며 "교사만 열심히 했다고 해서 성공한 수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윤정(32·여·8년차) 봉덕초교 교사는 "'아이들이 준비물을 잘 안 해온다.', '엄마들이 집에서 너무 안 봐주는 것 같다.'는 푸념을 들을 때면 모자라는 부분을 교사가 채워주어야 한다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음악전공인 고 교사는 자신의 세례명(마리아)을 딴 '마리와 함께 한 수요일'로 멘토일을 정하고 수업참관 위주의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김광숙(44·여·14년차) 반야월초교 교사는 "초교 1, 2학년 과정에도 조만간 영어 과목이 도입될 것에 대비해 후배교사들과 EBS 아침방송, 유치원 영어노래와 율동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내기 교사들은 이런 '고수'들의 경지가 부럽기만 하다.

현동호(26·1년차) 봉덕초교 교사는 선배 교사의 장구 수업을 참관하고 나서 큰 감명을 얻었다고 했다. "어려운 국악 장단을 '해님 달님' 이야기를 해 가며 설명하시더라구요. 아이들이 다 아는 얘기를 해 주다가 갑자기 위기가 고조되는 장면에서 중중모리 장단을 쳐 주는 식인데 참 흥미있어 했습니다. 장구 장단은 흙발로 걷는 기분으로 맞춰야 한다는 말씀도 참 좋았습니다."

경혜정(23·여·1년차) 두류초교 교사도 "슬기로운 생활에 나오는 '우리 집 구조'를 수업하면서 아이들이 직접 찰흙으로 집을 만들게 하던데 꼭 따라 해보고 싶다."며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만큼 선배 교사와 함께 하는 멘토링에 대한 기대가 정말 크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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