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박숙이 作 '그리움'

그리움

박숙이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하늘이 시퍼렇게 지켜보고 있다고

부처님이 사방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공들여 널 낳았지만 니는

부처님이 점지해 주셨다고

허니, 부처님이 우째 지켜보지 않겠느냐고

어느 날 고향 마을을 들어서는데

엄마는 또

저 봐라, 천하대장군이 널 지켜보질 않느냐고

허니, 죄짓지 말라고

저 땅덩어리조차도 묵묵히 널 지켜보고 있다고

죄지으면 평생 발 뻗고는 못 자는 기라고

부디, 니 양심한테 책잡히지 말라고

나 죽었어도 마, 끝까지 널 지켜볼 끼라고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오늘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한가위 보름달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엄마다, 엄마 맞지?

어머니는 언제나 옆에 계신다. 이승에 안 계시므로 오히려 더욱 가까이 있는 분이 어머니다. 그래서 '부처님', '천하대장군', '땅덩어리'처럼 우리를 지켜보신다. 어머니의 말씀은 세월이 갈수록 절실하게 들려온다. '죄 지으면 평생 발 뻗고는 못' 잔다. 그러니 '니 양심한테 책잡히지 말라'와 같이 어머니의 말씀은 투박하고 단순하다. 건성으로 들었던 말씀이다. 세월이 흐른 후, 비로소 진리의 말씀으로 들려온다. 그 말씀이 우리를 지키고 있다.

범인(凡人)에게는 어머니, 그분이야말로 부처님이시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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