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아파치족최후의 전사' 제로니모의 유골을 훔쳐 갔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편지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널은 예일대 비밀 엘리트조직인 이른바 '해골단(Skull and Bones Society)' 단원들이 오클라호마주 포트 실에 있던 제로니모의 유골을 훔쳐 '무덤(Tomb)'으로불리는 학내 클럽하우스로 옮겼다는 내용의 편지가 예일대 동문회보를 통해 공개됐다고 전했다.
저널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부시 대통령의 조부인 프레스콧 부시를 비롯한해골단 소속의 젊은 장교들이 제로니모의 유골을 훔쳐갔다는 주장이 지난 1980년대부터 제기됐었다면서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주는 최초의 방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편지를 공개한 예일대 동문회보 편집장인 캐서린 데이 라실라도 해골단 단원들이 제로니모의 유골을 실제로 훔쳤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라고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역사학자들은 편지가 작성된 1918년 당시에는 제로니모 무덤의 위치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유골이 도난당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클라호마주 캐머런대학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밀러는 1920년까지 제로니모의무덤은 아무런 표시도 없이 두꺼운 수풀 속에 가려져 있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프레스콧 부시가 무덤을 찾아내 유골을 가져갔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와나 스파이비 포트 실 박물관장도 프레스콧 부시가 1918년 당시에 포트 실에서 근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로니모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대부분은 과장된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유골이 도난당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저널은 제로니모와 해골단이라는 존재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있지만 제로니모 무덤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전통신앙을 이유로 한 인디언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부시가(家)를 비롯한 해골단 관계자들도 함구로 일관, 진실 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로니모는 19세기 중후반 애리조나주 일대에서 백인에 맞서 격렬한 전투를 지휘해 아파치족 최후의 전사로 불렸지만 말년에는 오클라호마주에서 기독교도로 지내다 1909년 폐렴으로 사망했다.
1832년 윌리엄 러셀이 만든 예일대의 해골단은 한해에 15명의 최고 엘리트만을회원으로 받아들이는 비밀 학생조직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와 윌리엄 하워드태프트 등 3명의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의 지배 엘리트 가운데 상당수가 해골단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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