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라는 몽골의 대초원에는 반한(反韓) 바람도 있었다. 아시아에서 한류에 맞서 불기 시작한 반한 혹은 혐한(嫌韓) 바람이 몽골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몽골 노동자 등을 통해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근로자 수는 2만5천 명 정도. 인구 250만 명인 몽골인의 가족당 인구를 평균 5명으로 잡으면 한 집 건너 한 명꼴로 한국에 가 있는 셈이 된다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몽골 현지 한국 사업가들의 행태도 가끔씩 도마위에 오른다고 한다. 작년에는 한국의 모 업체가 포르노 비디오를, 그것도 대학 캠퍼스 강의실에서 현지 여대생을 내세워 촬영하다가 들통나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곳에 와 있는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한 관계자는 "반한 감정이 아직까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갈수록 악화하는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혼자서는 길거리를 다니지 말고 밤에는 택시도 타지 말라."는 등의 충고까지 덧붙였다.
그럼에도 몽골 사람들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다. 말(語)만 아니면 영락없이 우리 이웃들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조차도 어순이나 발음 등에서는 우리와 비슷했다. 우리 속담들 중 상당수가 이곳에도 있고, 시조 설화는 고구려 주몽 설화와 맞닿아 있다. 선녀와 나뭇꾼 설화와 흡사한 것도 있다.
때문인 듯 이곳 사람들은 옛날부터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불러왔다고 한다. 그들 말로 '솔롱고스'라고도 부른다. 솔롱고가 무지개라는 뜻이니 '무지개의 나라', 즉 꿈의 나라 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으며, 몽골 대통령과 함께 '선린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를 다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반한 바람을 떠올리면 한편으론 씁쓰레하기도 하다. 솔롱고라는 이미지가 퇴색되고, 일그러질 것 같기 때문이다.
울란바토르에서 서봉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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