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육영수 여사에게 불이 제일 필요하다고 한 뒤 한달만에 전기를 설치해 줘 마을이 확 변했어. 그 때만 해도 전기불은 왜관과 동명 면소재지 정도에만 있었지."(칠곡군 동명면 남원2리 이을출(91) 할아버지)
"군에서 휴가를 나왔는데 마을에 들어서니 마을전체가 번쩍번쩍해서 아무래도 집을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에 되돌아갈 뻔 했습니다."(남원2리 이덕기(58) 씨)
팔공산 북서쪽의 칠곡군 동명면 남원2리는 군내 최오지 마을이었지만 1972년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모범적인 새마을 운동을 격려하기 위해 전격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마을이 확 바뀌었다. 정부의 지원없이 초가지붕을 기와지붕으로 바꾸는 등 자조·자립정신을 실천해 경북도 평가 1위에 오른 이 마을을 찾은 육 여사가 "무엇이 가장 애로 사항이냐?"고 묻자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전기 가설을 요구했다. 그 결과 한달만에 전격적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당시 남원 2리는 수해로 산사태가 나면서 마을이 없어졌는데 아랫쪽으로 옮기면서 말 그대로 새마을이 됐다. 주민들은 골목마다 일렬로 지었던 초가집을 자비로 기와지붕으로 교체하는 등 마을 개조에 적극 나서 모범적인 새마을 운동 실천 마을이 됐다. 그 후 34년이 흐른 지금, 남원 2리는 동명 저수지에서 마을로 통하는 도로와 기성리-남원리, 동명 학명리로 관통하는 지방도도 건설돼 대로변에는 식당들이 들어서고, 마을전체가 별장지구로 바뀌었다.
1964년말 박정희 대통령은 서독을 방문한 뒤 우리 농촌에도 전기를 공급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서독 농촌 마을마다 전기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던 것. 당시 전등불 밑에서 살았던 우리나라 농민비율은 12%였다. 정부는 새마을 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펼치면서 새마을 사업을 잘 하는 마을부터 전기를 우선 공급한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농촌마을 전기공급에 나섰다. 그 결과 77년에는 농민들의 98%가 전등불 밑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당시 농민들에겐 전기불이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감격과 기쁨이었다.
건설비용의 80%는 자 부담이었으나 녹색혁명에 따른 농가소득 향상으로 이를 부담하지 못하는 농가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농한기 야간 작업으로 소득은 더욱 향상됐다.
영양군 김태영 문화관광과장은 "1971년 첫 발령지인 영양군 석보면에는 전역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듬해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점등식을 할 때는 면 전체가 잔치를 열었습니다. 석보면의 경우 5년에 걸쳐 전기 가설 공사가 있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같은 농촌마을의 전기 공급은 전화 보급 확대로 이어졌다. 1970년대 초까지만해도 우리나라 전화시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당시에는 백색과 흑색 전화기가 있었다. 개인이 소유했던 백색은 부자의 상징으로 마음대로 사고 팔수 있었는 데 가격은 100여 만 원 정도였으며, 흑색은 우체국에서 임대하는 전화로 설치비가 14만 원 정도였다. 도시 가정에서도 우선 순위에 따라 전화가입을 기다려야 했고 전화가설에 따른 부담금도 높아 농촌에서는 파출소와 면사무소에만 행정전화가 있을 정도였다.
군 전체에 백색전화기가 10여 대밖에 없던 영양군의 경우, 영양읍 소재지 전화번호 6번을 갖고 있던 고 홍종범 영양중고 교장집에는 장거리 전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섰는 것으로 주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3분이 한 통화이던 통화요금도 우체국 교환에게 물어 지불하기도 했다. 또 1979년 까지만 해도 관공서나 조합 등에서는 직원들이 전화를 사용하면 매월 우체국에 문의, 사용내역을 뽑아 요금을 봉급에서 제하기도 했다.
이렇게 귀한 전화도 박대통령의 지시로 급격하게 늘었다. 농민들의 새마을 성공사례 중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외부와의 연락이 어렵다는 사연이 자주 나오자 박 대통령은 농촌에도 마을전화 가설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 때부터 농가 100가구당 전화보급대수는 급속도로 늘어나 1976년 3대이던 것이 78년 7대, 83년 36대, 88년 89.1대, 89년 95대로 높아졌다.
황재성·이홍섭·김경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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