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과 등나무 덩굴은 서로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다르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편으로 감아 올라가며 자란다. 그래서 둘이 같은 장소에서 자라면 얽히고 설키며 서로를 옭아맨다. 그대로 두면 결국은 풀 수조차 없게 얽혀 손쓸 방법이 없다. 칡(갈'葛)과 등(藤)의 다툼이 바로 갈등이다. 반목과 시기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탓하며 싸우는 모습을 칡과 등나무에 빗댄 말이다.
○…칡과 등나무는 서로를 탓한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칡에게 왼쪽으로 감아도는 등나무는 나쁘고 잘못이다. 등나무에게 있어 칡의 성질 역시 잘못된 모습이다. 그래서 둘의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자라는 성질을 바꾸지 않고 고집하는 서로의 모습은 결국 서로에게 적반하장으로 이어진다. 도둑이 되레 매를 들고 나무란다는 적반하장과 갈등은 이처럼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다.
○…갈등과 적반하장은 신문지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일본이 식민통치를 미화하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 우리는 저들의 적반하장에 분노를 터뜨린다. 두 나라의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여야가 국회에서 서로를 비난하며 다툴 때도 서로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자기네의 잘못과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싸운다. 선생을 때린 학생이 선생의 잘못과 책임을 따질 때도 사람들은 적반하장에 분노한다.
○…오늘 조간 신문에 등장한 뉴스에도 적반하장과 갈등의 모습이 적잖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과 관련, 시위대에 두들겨맞은 군인들이 "군인이 왜 매를 맞느냐"며 분노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반대 시위자들의 사진도 함께 실렸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를 위해 거액의 지원금을 내겠다는 소식은 서울대가 황 전 교수 지지자 10여 명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한 소식과 나란히 실렸다.
○…칡과 등나무가 같이 자라면 결국 둘을 헤쳐 놓아야 한다. 서로 얽히는 원인을 없애 주지 않고서는 둘 다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칡과 등나무처럼 단순하지 않다. 둘이 다툰다고 서로를 격리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은 서로 변하거나 서로를 인정해야 된다. 나만 옳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 한 갈등과 적반하장의 다툼은 멈추지 않는다. 나만 옳다는 고집은 폭력으로 치달아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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