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로 대구 망친 책임지라 떠넘기니…

대구시장 선거에서 경제 침체의 책임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각 예비후보와 선거 캠프는 얼굴만 맞대면 이를 놓고 부딪치고 있다. 이재용 열린우리당 후보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은 "한나라당이 장악한 대구 시정의 실패"라고 공격하고 있고, 김범일 한나라당 후보는 "중앙정부가 대구를 소외시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내 탓은 없고 서로 네 탓이다.

대구 경제는 10여 년 사이 1인당 지역총생산이 한 번도 최하위를 벗어난 적이 없고, 외국인 투자는 눈 씻고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성장률은 계속해서 곤두박질이다. 이렇게 대구 시민의 살림살이가 피폐해지는 동안 한나라당 출신이 내리 세 번 민선 시장을 지냈다. 지방자치가 뭔가.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생활정치 아닌가. 그렇다면 이러한 대구의 침체는 누구 잘못인가. 따질 것도 없이 이 지역을 독점한 한나라당과 그 정당이 배출한 대구시장에 일차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의 대구는 250만 시민이 탄 거함의 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다. 대구 경제를 선도할 변변한 대기업 하나 유치하지 못했고, 전국의 지자체가 글로벌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매달리는 외자 유치는 입 밖에 꺼내기가 부끄럽다. 더 나아가 산업 구조 개편의 실패, 시대 변화의 무감각은 대구 시정의 잘못이지 중앙정부에 돌릴 문제가 아니다.

'대구 홀대론'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국민의 정부에 이은 참여정부에서도 국책사업과 예산 지원에서 대구가 소외감을 느낄 정도라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객관적 수치를 들이댈 것도 없이 중앙의 지원이 눈에 띄게 준 게 사실이다. 집권 여당 사람들은 '대구시의 중앙 로비 부족'이라고 해명하나, 고향을 위해 힘 있는 자신들이 앞장설 수도 있는 문제다. 지금 선거에 나선 사람들은 모두 '내 탓'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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