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남한산성·수원화성

전날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거짓말처럼 맑고 쾌청하다. 일요일인 7일 오전 7시, 대구시 중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에서 대구답사마당(www.taedabma.com) 일행과 함께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과 수원화성으로 한국의 전통 성곽 테마여행을 떠났다. 한국에 온 지 7년 째. 하지만 이곳은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궁금했다.

오전 10시30분쯤 한국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남한산성에 도착했다. 조선시대 인조 임금이 청나라를 오랑캐 국가라 하여 인정하지 않고 45일동안 저항하다 항복한 뒤 청나라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신하국을 자처한 곳이라 한다.

하지만 아픈 역사만 잠시 뒤로 미루면 15만 평에 이르는 성곽 주변의 대자연 경관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산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어장대에 오르자 서울시 및 인근 도시 전체가 맑은 날씨 속에 한 눈에 들어온다. 성곽으로선 더 없이 좋은 곳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이 날은 가시거리가 인천 앞바다까지 미쳐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경치가 좋았다.

외세의 침략이 거의 없었던 일본에는 한국과 같은 산성이나 성곽은 거의 없는 편이다. 대신 한 지방을 다스리는 무사들의 높은 성이 주로 많다. 그래서 오사카 성은 높고 화려한 건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남한산성, 수원화성은 일본인인 나로선 부럽기도 했다. 낮은 산이라 등산이나 산책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일 뿐 아니라 성 안 곳곳에도 둘러볼 곳이 많아 가족단위 나들이에도 적합하기 때문. 일본은 등산이라 하면 1천m가 넘는 산들이 많아 1년에 한두번 큰 마음먹고 나서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500∼1천m의 나즈막한 산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점심은 남한산성 내 산성각이란 한정식집에서 산채 비빔밥으로 해결했다. 때늦은 점심이어서 배가 고팠던 터라 양이 다소 많은 비빕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고추장이 전혀 맵지 않고 오히려 달콤하면서 고기가 씹혀 다른 지방에서 먹는 것과는 색달랐다.

오후 3시쯤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수원화성에 도착했다. 북쪽 장안문, 남쪽 팔달문을 중심으로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성곽은 아주 과학적이어서 당시 조선의 성곽쌓는 기술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성을 축조한 정조 임금은 당파싸움을 피해 임시거처인 화성 행궁에서 탕평책을 썼다고 하니 당시 정치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왕의 고민이 곳곳에 서려있는 것 같았다.

또 천문, 건축, 의학, 역사 등 지금으로 따지면 박사학위 10개는 넘게 가지고 있을 법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뛰어난 기술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 바로 이 수원화성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기중기를 사용해 성곽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성벽을 짓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공사기간안에 짓지 못해 참수를 당한 성 축조자 이회 등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아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부산대에서 국제교류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동덕여대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나로서는 한국 역사, 문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여행이었다. 함께 데려온 애완견 '하늘(요크셔테리어)'도 오랜만에 낯선 곳에서의 산책을 즐겨 기쁨은 두배였다.

쿠라모치 카오루(31.여.대구국제이해교육원 일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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