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선거' 조장?…중선거구제 문제 많다

5·31 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중선거구제로 확대된 기초의원 선거의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설마 2등, 3등은 못하겠나…."라는 심리가 작용, 출마자가 대거 늘면서 결국 '돈싸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또 인구 편차가 심한 농촌 읍·면에선 지역 대표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 예비 선거운동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돈 선거' 조장하는 선거구 확대=1개면 단위로 기초의원을 선출했던 지난 3대 지방선거 당시 청도군의원 후보 A씨의 동 책임자는 20명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거구가 광역화하면서 제대로 조직을 구축하자면 무려 110개 마을에 동 책임자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다. A씨는 "조직책이 돼줄 만한 인물이 뻔해 구하기 어려운데다 최소 교통비, 전화비라도 지원하려면 선거비용이 불어날 수밖에 없어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같은 지역 예비후보 B씨는 지연, 학연 등으로 뭉치는 성향이 강한 농촌지역 선거의 특성상 선거지역이 확대되면서 '돈 선거'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는 한참 앞서가고 주민들 의식은 아직 따라오지 못해 그 사이에서 후보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출신 지역이 아닌 타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또 다른 예비후보 C씨와 D씨는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선거법이 오히려 돈을 쓰게 만들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선거구가 넓어지면서 음성적 선거비용이 더 늘게 됐다는 것.

예비후보 E씨도 "친인척, 친구, 자원봉사 도우미를 최대한 활용한다 해도 앞으로 지역 간 세대결 양상으로 이어질 땐 선거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지역 대표성 약화?="오지는 더욱 오지로, 소외지역은 더욱 소외될 가능성이 많아졌지요."

시·군청 집행부와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기초의원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은 소단위 면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민원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면단위 주민들은 지역대표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청도군 가선거구를 보면, 선거인 수가 가장 많은 청도읍지역(선거인수 1만1천786명, 5월 2일 현재)과 매전면(선거인수 3천923명), 금천면(선거인수 3천480명), 운문면(선거인수 2천208명)의 경우 최소 한두 개 면에서는 면 지역 출신 기초의원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적잖다.

이럴 경우 새로 의회를 구성하는 기초의원들이 서로 대립하거나, 골치 아픈 일은 떠맡지 않으려고 하면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경북 한 기초의회 의원은 "이번 선거구 조정은 도시지역에는 맞을지 모르나 농촌실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주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긴 예비 운동기간=현행 선거법상 도의원, 군의원의 예비운동 선거기간은 60일. 그러나 누가 누구인지 대체로 잘 알려져 있는 농촌지역에서 바쁜 농사철을 맞은 주민들이 연일 후보자들 악수세례를 받는 게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다. 후보자 입장에서도 피로가 갈수록 누적되는데다 경비 역시 훨씬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선거관리비용도 덩달아 늘어났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선거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선거감시원 위촉비용 같은 제반 인건비나 물품구입비 등 경비 부담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방자치단체의 부담금 역시 증가했다. 청도군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책정한 '자치단체 등 자본이전' 금액은 8억1천200만 원. 지난 제3회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 등에 내놓은 2억700만 원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선거비용 부담금(군의회의원 등 선거비용 보전금) 등이 크게 늘고, 선거준비 및 실시경비 등이 대폭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청도군 관계자는 "농촌실정에 맞지 않는 선거법 때문에 유권자나 후보자, 선거관리기관 모두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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