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악채널 뮤비 방송, 음반업계 약인가 독인가

Mnet, KM, MTV 등 음악전문채널이 편성 시간대 일부를 뮤직비디오 방송용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에 가요계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이라도 하듯 Mnet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 비율을 높여 '논스톱(뮤직비디오만 틀어주는 시간대)' 편성을 53%에서 45%로 축소했다. MTV 역시 작년에 비해 3분의2 비율로 뮤직비디오 방송 시간을 줄였고 궁극적으로 없애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다.

음악채널 관계자들은 "모바일·인터넷 때문에 뮤직비디오 시청률이 높지 않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필요성으로 축소하는 추세"라며 "또 음반업계의 볼멘 소리를 인지하고 있어 음반업계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달 방송횟수 50회 500만원, 100회(Mnet은 올 초 80회로 조정) 1천만원, 200회 2천만원(이하 부가세 제외).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음악채널에 소개하는 비용이다. 현재 음반제작자는 각 음반 홍보비용 중 적게는 1천만원, 많게는 3천만~4천만원을 음악채널 뮤직비디오 방송비용으로 책정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음악채널이 일정액을 받고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명목은 프로그램 협찬. 프로그램 협찬 계약서에서 명시하는 협찬비란 '음반 홍보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제작비용'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채널 시간대 일부를 판매, 그 수익을 챙긴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음반업계 "열악한 시장에서 비용 부담"

음반업계 종사자들이 첫손에 꼽는 불만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음반시장에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음악 콘텐츠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음반기획사 직원들은 "음악 프로그램이 적어 가수와 노래를 알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음악채널에서 뮤직비디오 시간대를 구입한다"면서도 "음반 제작비 1억5천만~2억5천만원, 홍보비용 5천여 만원 중 2천만~3천만원이 음악채널에 쓰인다. 돈을 쪼개서라도 가수를 알리려니 울며 겨자먹기로 시간대를 산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과거에는 인기가수, 혹은 뮤직비디오 퀄리티가 높을 경우 틀어줬지만 이젠 돈으로 해결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을 꺼낸 뒤 "음반 한 장당 약 5천원이 기획사 몫인데 2만장을 팔아야 1억원이다. 하지만 2만장도 팔기 힘든 상황에서 수천만원의 뮤직비디오 방송 가격은 부담이다. 또 이를 사지 않으면 음악채널이 서운해하기까지 한다"고 토로한다.

신인가수 매니저는 "뮤직비디오 방송시간대를 사지 않으면 음악채널 제작 프로그램 출연 기회도 비교적 힘들다"고 털어놓았고, 다른 신인 매니저는 "음악채널은 무작위로 돌려가며 방송한다지만 2천만원을 들였는데 뮤직비디오가 새벽 시간에만 나온다"며 울상이다.

그러나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음반업계가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형 뮤직비디오로 음악채널을 통해 홍보한 가수가 '대박'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음악채널 홍보에 치중한 탓이다.

◇음악채널 "프로그램 협찬일 뿐"

음악채널도 할 말은 있다. 금전 계약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트는 것은 지상파방송의 광고 대신으로 인식해달라는 것. 물론 음악채널도 상업광고는 한다.

MTV의 한 PD는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공식적으로 세금계산서도 발행한다. 프로그램 제작 협찬 명목으로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Mnet의 한 PD는 "뮤직비디오 편성을 줄이자 2주 전부터는 새 뮤직비디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수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업계는 이마저도 없으면 억대를 들여 만든 음반을 홍보하기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의 김정태 정책2부장은 개인적인 소견임을 전제한 뒤 "지상파방송 연예 오락프로그램에서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는 게 프로그램의 일부로 판단되듯 음악채널 뮤직비디오를 광고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채널의 상업적인 거래는 사적 영역으로 생각해 현재까지 방송법령 위반사항이 있는지 조사한 적은 없으나 방송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방송이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규제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면서 "지금까지는 규제의 필요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화관광부 방송광고과의 한 관계자 역시 "음반업계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스템이고 개인사업자의 거래행위여서 규제할 근거는 희박하다"면서도 "광고가 아닌 방송을 통해 나가는 콘텐츠에 대해 돈을 받는 것이 문제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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