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끄러워 못살겠다"…아파트 '소음 고통'

고속도로 옆 장기 택지지구…도공 "책임 못진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입주한 대구 달서구 장기 택지지구 아파트 단지. 이 곳 주민들은 지난해 7월 "아파트와 맞닿은 구마 고속도로 차량소음 때문에 못살겠다."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찾아가 대책을 호소했다.

위원회 조사결과, 서대구IC~성서IC의 도로와 가까운 일부 단지 소음도는 최고 70dB까지 상승, 환경기준(65dB)을 초과했다.

지난해 확장공사를 시작한 구마 고속도로가 오는 2010년부터 4차선에서 6차선으로 넓어지면 소음공해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조정위원회는 도로공사가 대구시와 대구도시개발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방음 시설을 마련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1977년에 구마 고속도로를 개통한 만큼 그 이후 허가난 아파트 소음피해는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건축법은 먼저 만든 시설물에 대해서는 소음피해가 있더라도 면책규정을 둔다는 것.

도로공사는 구마 고속도로 확장 공사가 끝나는 2010년쯤 방음벽 설치를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으나 실제 설치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아파트 건축광풍이 부는 가운데 고속도로·철길 주변에까지 아파트 대단지가 몰리면서 단지마다 입주민 '소음' 고통이 잇따르고 있다.

구마 고속도로 소음 고통은 10만여 명의 주민이 들어오는 월배 신도시로 고스란히 옮겨가고 있다. 구마 고속도로와 맞닿은 월배 신도시내 아파트는 모두 9개 단지.

도로공사는 장기 택지지구와 똑같은 원칙을 적용, 2003년 11월 확장설계 이후에 사업승인이 난 아파트는 따로 방음벽을 만들어 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결국, 주민들이 돈을 내 방음벽 설치비용을 몽땅 부담해야 하는 지경.

이런 가운데 지난 2월엔 경부선 철길 주변 대구 수성구 만촌동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기차 소음때문에 못살겠다."며 중앙환경분쟁위원회를 찾아가 아무 대책없이 사업승인을 내 준 수성구청과 철도공사에 대해 피해보상 및 방음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택법 소음측정 기준은 주민들을 또다시 울리고 있다. 만촌동 아파트 경우 최대 15층에 이르지만 현행 주택법은 1층과 5층 소음도의 평균치가 기준치(65dB)를 넘지 않으면 사업승인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한 아파트사업자는 "대구에서는 처음이지만 수도권에서는 여러차례 있었던 분쟁"이라며 "분쟁위원회가 주민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철도공사와 아파트사업자가 불복하고 소송을 내면 현행 주택법 기준 때문에 대부분 승소한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올 들어 환경부는 기반시설을 먼저 만들었다 하더라도 원인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는 건축법 및 주택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건설교통부가 개정에 난색을 표시, 주민불편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