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운동 개시를 일주일 앞두고 지역 경기가 반짝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광역단체장에서 기초의원까지 1천500여 예비후보자들이 선거비용으로 지역에 뿌릴 돈이 1천억 원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거비용, 지역에서만 1천억 원?
지방선거 경쟁률을 평균 4대 1로 하고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을 다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전국의 후보자들은 16곳 광역단체장에 889억 원, 234곳 기초단체장엔 1천375억 원, 682곳 광역의원에 1천282억 원, 2천888곳 기초의원에 4천620억 원 등 총 8천억 원 이상을 사용한다. 최근 중앙선관위 분석이다.
대구·경북 예비후보자는 9일 현재 광역단체장 10명, 기초단체장 122명, 광역의원 215명, 기초의원 1천222명으로 평균 4대 1의 경쟁률을 넘었다. 따라서 8천억 원의 16분의 2인 1천억 원이 후보자들 선거비용으로 사용될 것이란 단순 계산이 나온다.
사상 초유의 선거 비용이 사용되는 이유는 선거비용 한도액이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1회 지방선거 때보다 이번 4회 선거는 광역단체장의 경우 평균 7억 원가량이 늘었다.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평균 선거비용 제한액은 1대 7억900만 원에서 4대 13억9천만 원으로 늘었다. 기초단체장은 5천700만 원에서 1억4천800만 원으로 증가했고 광역·기초 비례의원들도 각각 1억3천만 원, 3천만 원이 더 늘었다.
후보자가 많이 나오는 기초의원의 경우 이번에 3천600만 원으로 늘었고, 광역의원은 1천800만 원에서 4천800만 원으로 3천만 원 늘었다.
선거비용은 선거사무소 임대료와 인건비, 유세차량이나 현수막 제작비, 인쇄비용 등에 주로 쓰인다.
대구 광역의원 선거에 나선 K후보는 "선거비용의 절반을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에 사용하고 유세차량, 각종 출판 인쇄비, 로고송 제작 등에 나머지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거시장 벌써 들썩
"선거공보를 얼마나 빨리 만드는지가 이번 선거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오는 20일까지 부재자용 책자형 선거공보와 선전벽보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 인쇄소를 정하지 못한 후보자도 많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지역 인쇄업체들이 선거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대구 남구와 북구 두 군데에서 인쇄공장을 갖고 있는 K씨는 "기계가 뜨거워질 정도로 공장 2개를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지만 납기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업체에도 주문하는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 후보자 대부분은 지역 인쇄회사에 맡기기 때문"이라고 K씨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공식 선거활동이 시작되면 등장하게 될 유세차량 제작 업체들도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다. 320만 원짜리 차량에서부터 첨단 음향 및 영상설비를 갖춘 2억 원 차종까지 다양하게 갖춰둔 한 업체는 이번 선거 동안 매출 3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선거 특수는 온라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후보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이메일을 이용한 기존 방식을 넘어 언론사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뉴스검색 등을 위해 접속하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 이름 얼굴 정책 등을 안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광고 링크 방식을 통해 선거구 내 유권자들을 자신의 홈페이지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신종 업체도 등장했다. 후보자-언론사-네티즌을 한꺼번에 이어주는 벤처회사다. 최근 중앙선관위로부터 인증을 받은 (주)워드씨피엘 신현동 사장은 관련 사이트(http://후보자.kr)를 열었다. 통상 한두 쪽인 후보자 경력을 50~100쪽 규모로 대폭 늘려 일종의 인물 도서관을 만든 것. 이용요금은 없지만 찾아온 네티즌이 회사에서 팔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덕에 재미를 보고 있다.
◆더 못 써서 안달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더 못 써서 안달이다. 대부분 무슨 수를 쓰든 한도액을 채운다는 심산이다. 당선 가능성을 떠나 일정량의 득표를 할 경우 선관위에서 전액 보전해 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기초의원에 출마한 H후보는 최근 500만 원을 들여 선거사무실 간판을 대형 형광판으로 교체했다. "후보자가 돌아다니면서 돈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중요 홍보수단인 간판에 거금을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이 후보는 반문했다.
대구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L후보도 500만 원을 들여 7층 건물을 덮을 정도의 현수막을 제작했다. 인쇄업 관계자는 "제작에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대구에서 만들 수 있는 최대 크기의 현수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구 광역의원에 출마한 J후보에 따르면 "그래도 선거비용이 부족하다."고 한다. "5천만 원이 채 안되는 선거비용 중 선거사무실 임대비용과 회계책임자, 선거사무장, 사무원 등에 지출되는 인건비만 해도 3천만 원에 이른다. 나머지로 유세차량 만들고, 현수막 내걸고, 홍보물 인쇄하고, 기획까지 하려니 여간 빡빡한 게 아니다."고 한숨 쉬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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