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가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도 이란과 직접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미국에 대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직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민주.공화 양당의 온건파들도 최근들어 양자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잠재적인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척 헤이글 공화당 상원의원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새뮤얼 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데니스 로스 전 중동 특사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협상 태도에 속속 의문을 제기하고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란과 결론없는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이 미국과 이란의대화없이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솔직히 밝힘으로써 미국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측근인 루프레흐트 폴렌츠 독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이틀간 이란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난 5일 부시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에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이 단교 27년 만에 보낸 첫번째 대화 제의였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서한을 진지한 외교적 제안으로 보지 않는다며 무시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0일 NBC 방송의 투데이쇼에 출연, "편지는 정말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에 대한 종교적 공격"이라며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이란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제안도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편지가 독설과 명상적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이란과 대화를 재개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로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를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소련에서 보내는 메시지에선택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파국을 막고 해법을 찾았던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란과 1대1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은 핵문제를 놓고 북한과, 레바논 총리의 암살 이후 시리아 당국자와도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들 정부가 미국의 관심사를 해결해주지 않고서는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며 양자 접촉은 이들 문제를 지연시키려는목적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수석대표가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북한과 양자접촉을 벌였으며, 심지어 평양까지 방문하려고 했지만 북한은 회담 복귀를 거부하고있다고 주장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특히 이란에 대해서는 "유럽과 러시아가 진전된 제안을 풍부하게 내놓고 있기 때문에 대화의 부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그는 오히려 이란이 건설적 제안을 거부할 경우를 암시하면서 "이란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준비가 돼있지 않는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며 되물었다.
그럼에도 불구, 부시 행정부의 접근법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미국이 회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고집, 이란이 협상에 참여할 유인을 느끼지 못함으로써 지금까지 외교적 해결이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런 미국의 태도는 부시 대통령이 비밀리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추진하고 있다는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란을 고립시키기가 더욱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헤이글 의원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협상을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진지한 의사가 있음을 동맹국들에게 확신시켜 주지 못하고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다른 국가들도 미국에 대한 지지를 머뭇거리게 되고 더욱 강경한 대응책에는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해결의 열쇠는 이란이 쥐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란의 핵능력, 테러리즘, 원유, 대(對)이스라엘 관계 등 복잡한 퍼즐게임은 한번에 하나씩해결될 수 없다"며 양자 대화를 통한 일괄 타결을 제안했다 버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미국이 협상에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이란이 합리적 제안을 거부할 때 취해질 강력한 제재에 대비해 러시아와 중국, 유럽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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