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권자 냉담 속 월드컵에 가린 지방선거

5'31 지방선거가 좀체 관심을 못 끌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은 발이 부르트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후보자들은 "건네는 명함조차 외면하고 자기 지역에 누가 나오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보통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가는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몸이 단 선관위도 투표율을 높이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는 모양이다.

특히 대구 시민들의 지방선거 무관심이 심하다. 1995년 첫 4대 동시 선거 당시 64%였던 투표율이 1998년 46.8%로 확 줄더니 2002년에는 41.5%에 그쳤다. 6대 광역시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컸다. 올해는 지금같이 냉담한 분위기로는 40%대 이하로 떨어질지도 모를 정도다. 경북 역시 76.8%→64.9%→60.4%로 투표율이 급감하고 있다.

주민 참여가 저조한 지방자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엉성하고 불안정한 제도로 출범할 때부터 중앙집권론자들은 여건 미성숙을 이유로 지방자치의 지연을 주장해 왔다. 그 후에도 틈만 나면 일부 민선 단체장의 독선과 부정부패를 내세워 지방자치와 분권화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그러므로 주민이 대거 불참한 지방선거는 그런 세력에게 '중앙 강화'의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다. 지금도 지방자치는 권한과 재정에서 껍데기만 쥐고 있는 꼴 아닌가.

유권자의 무관심을 불러일으킨 데는, 투표장에 가나 안 가나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이 지역의 오랜 한나라당 독주 영향도 적잖다. 거기에 10여 년 지방자치가 주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출마 인물에 대한 실망감, 시대적 추세인 정치 무관심이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월드컵 열기가 뒤덮고 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당선이 바쁘겠지만 투표율부터 신경 쓰기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