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아서 인기…'1평 가게'의 매력

작은 가게가 맵다? 지루한 불황의 틈바구니 속에서 초미니 가게들이 인기다. 물론 큼지막한 가게면 고객들의 눈에도 잘 띄겠지만 그 만큼 위험 부담이 만만찮다. 널찍한 실내에서 하루 종일 파리 날리는 것보다 한 뼘의 가게라도 잘 꾸려 실속을 보겠다는 이야기. 특히나 요즘 같이 지갑 열기가 힘 드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대구 중심 동성로의 한 액세서리 가게. 매장 사이로 비좁은 공간이 드러난다. 특이한 액세서리와 옷들이 양쪽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얼핏 신경 쓰지 않으면 매장을 찾지도 못할 지경. 그렇기에 안현경(32·여·가명)씨는 "밖에 물품들을 진열해 행인들의 시선을 끌려고 애쓰고 있다."라고 받아친다. 겨우 세, 네 사람이 줄지어 들어가면 꽉 찰 좁다란 매장이다. 면적이 정확히 1.5평. 혹 뚱뚱한 사람이라도 들어온다면 다른 손님이 꼼짝도 못한단다.

안씨는 남편 꾸마르(32·네팔인)씨와 잠깐 노점상을 하다 작년 7월부터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안씨는 "시내라 자릿세가 비싸 큰 가게는 무척 부담이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작아도 특색만 있으면 손님들이 많이 찾을 거라는 게 안씨의 생각이었다. 안씨가 취급하는 물품은 네팔이나 인도, 태국에서 직접 만든 악세사리와 갖가지 옷, 심지어 탱화나 음반까지 각양각색이다. 가짓수는 안씨도 모를 만큼 많다. 안씨는 "주로 히피 스타일이나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미시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했다.

1평 가게면 전기세는 덜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안씨는 손사래를 친다. 액세서리 특성상 조명에 신경을 써야 하고 한여름에는 에어컨까지 더하면 한 달에 15만 원까지 나온다. 그래도 가게가 작은 게 득이 될 때도 많다. 안씨는 "공간이 작아 손님이 몇 명만 있어도 꽉 차게 보이고 가끔 작아서 재미있다고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선 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씨는 "인테리어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변화를 조금씩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성로의 또다른 작은 가게인 한 꽃집. 건물에 붙어있는 조그만 가건물은 기껏해야 1평 남짓이다. 실내는 탁자가 가운데 턱하니 막고 있고 꽃을 보관하는 냉장고까지 있어 두 사람이면 꽉 찰 공간이다. 간이의자에 앉으려면 몸을 한껏 움츠려야 겨우 앉는다.

직원 이정희(29·여)씨는 "이래봬도 이곳에서 10년 이상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며 "꽃다발을 만들고 파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꽃이라는 특성상 그다지 큰 공간이 필요 없다는 것. 단지 꽃 재고가 없는 것이 흠이지만 수시로 시장에 직접 가서 사오거나 급할 때는 퀵 배달로 신청하면 그만이란다.

매력이 뭐냐고 묻자 이씨는 덥썩 "청소하기 쉽다."라고 웃었다. 전기세도 에어컨을 켜지 않는 한 보통 한 달에 1만5천 원 정도 밖에 안 나온다고 한다. 이씨는 "공간이 좁으니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좀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만큼 손님이 편안하게 꽃을 고를 수 있다고 한다. 이씨는 "조그마한 가게라 무엇보다 목이 좋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영문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초미니 가게는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주부나 처음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며 "초미니 가게는 숍인숍(가게 안의 가게) 형태로 앞으로 더욱 늘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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