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우석 사건'이 가르쳐 주는 것

줄기세포 연구의 장밋빛 전망은 물거품이 됐고, 한때 영웅시됐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끝내 희대의 사기극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지난 6개월간 혼란스럽던 '줄기세포 의혹 사건'은 결국 줄기세포 배양 성공의 중압감을 못이긴 김선종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의 줄기세포 섞어심기와 황 박사의 논문 조작 지휘 등이 결합된 총체적 사기극이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아예 없었다는 12일 검찰 최종 수사 결과가 우리에게 심한 허탈감을 안겨준다.

오죽하면'과학계의 성수대교'라고까지 할까. 황 박사가 정부와 민간 단체 등의 후원금 중 28억 원을 유용했고, 연구용 난자를 불법 매입했나 하면 최측근인 서울대 강성근·이병천 교수, 한양대 윤현수 교수도 거액의 연구비를 챙긴 사실 등 부도덕 행위가 굴비두릅마냥 줄줄이 드러났다. 거짓말과 속임수'횡령'증거인멸 시도'환치기 등 별의별 꼼수들이 다 등장한, 양심마비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황 박사 등 6명 불구속 기소, 1명 징계 등으로 수사 종결된 이 사건은 한 마디로 우리 사회의 조급한 성과주의와 도덕불감증, 맹목적 국수주의가 뒤얽힌 합작품이다. 연구 결과를 엄정히 따지고 검증해야 할 책무를 망각한 과학계와 선정적 보도로 황우석 우상 만들기에 앞장섰던 언론,'애국'과 '민족'을 내세운 황 박사의 말에 눈 멀고 귀 멀었던 우리 모두가 깊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한국 과학과 한국의 국가적 이미지는 적잖게 손상됐다. 그러나 씁쓸하지만 성과도 없지는 않다. 진실 규명을 위해 용기 있게 나선 소수의 사람들과 젊은 생명공학도 그룹인 '브릭'에서 우리 사회의 정의와 자정 능력을 재발견하게 됐다. 황우석 사태는'정직'의 미덕, "절대 넘어서 안될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가르쳐 준 반면교사다.

공은 재판부로 넘어갔다.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공정한 재판이 주목된다. 황 박사 지지자들도 가슴 아프겠지만 냉정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줄기세포 연구의 향방이 남은 과제다. 다행히 과학기술부가 '줄기세포 종합 추진 계획안'을 이달 중 확정할 예정이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에 취해 우리가 방향 잃고 비틀거리는 사이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밤낮을 잊고 질주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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