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가 심형준, 장편 '어머니 숲' 출간

김천 직지사 아래에 살며 창작에만 전념하고 있는 소설가 심형준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장편소설 '어머니 숲'(푸른사상사)을 펴냈다. '어머니 숲'은 아기를 낳지 못해 이혼한 전력이 있는 한 여인이 어느 집 재취로 들어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자식 4남매를 훌륭하게 키워 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남남이 만나서도 정 주고 사랑 받으면 얼마든지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특이한 구조의 가족소설이다.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하기 위해 소설 속 장남이자 주인공인 '나'의 1인칭 시점의 자전적 형식을 취한 이 작품에는 미운 사람이 별로 없다.

소설의 생명이라 할만한 갈등구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굳이 갈등구조를 설정하지 않아도 소설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기존의 소설들이 갈등구조에 따른 재미를 무기로 했다면, 이 작품은 감동이라는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인간의 가치 실현이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이것만도 이 소설의 큰 힘이다. "꼭 쓰고 싶었던 소재입니다. 재미로 읽는 작품이 아니라. 맛에 빠져서 끝까지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소설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의 말이다.

작가의 시선은 그전에도 그랬다. 좀 역설적이라고 할까. 1996년 출간한 장편 '뒷모습은 숨길 수 없다'도 졸부집으로 장가를 든 어느 의사의 번민을 그린 것이었다. 이번 작품은 어머니가 77세가 된 해 희수연(喜壽宴)을 갖는 날 이른 아침 초등학교 교장인 작중 주인공 '내'가 어머니와 살아온 지난 세월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가슴 뭉클한 감동에다 작가 특유의 결이 고운 문장이 그 맛을 더해준다. 소설가 우한용(서울대 교수)은 "숭고하게 살아가는 어느 양모와 그 자식들이 부모자식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형상화 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보게 하는 한 폭의 수채화같은 이야기이다. 소설의 제목 '어머니 숲'은 '어머니 슬하'라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숲'자는 남석 이성조의 글씨이다. 연보랏빛 표지색은 작가가 택한 그리움의 색깔이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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