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방문한 몽골 및 아제르바이잔과 우리나라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구소련이 붕괴된 지난 1990년대 초반으로, 이제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몽골에는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방문해 노 대통령이 두 번째에 불과하고, 아제르바이잔엔 이번이 첫 방문이다. 외교적으론 사실상 공터였던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나라를 대표한다는 박물관에 '코리아'가 없다는 현실이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도심에 있는 국립 '뮤지엄 센터(박물관)'. 특산물인 카펫을 비롯해 이 나라의 문학·음악·미술·희곡 작품과 관련 예술가들 초상화 등을 전시하고 있는, 이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그런데 각 나라 인형들이 모여 있는 3층에 '코리아'는 없었다. 중국, 일본, 몽골에다 필리핀, 인도네시아까지 있는데…. 무슨 사정이 있을지도 몰라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코리아'라는 국명조차 다소 생소하다는 표정이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국립 역사박물관. 이곳에는 시대별로 동북아를 비롯해 아시아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유물과 책자 등이 전시돼 있다. 그러나 나라별 판도를 그려놓은 19세기 말~20세기 초반으로 돼 보이는 동북아 지도에는 코리아가 없다. 중국과 러시아, 몽골, 일본뿐이었다. 이곳을 찾은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런데 역사박물관을 들른 날 저녁, 자리를 함께 한 정부 고위 인사는 코리아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제 선진국·부자나라인 만큼 품위에 맞게 처신해야 할 때"라며 "유엔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하며 이를 대통령에게 수차례 건의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그 순간, 박물관 모습이 오버랩된 것은 또 왜일까? 코리아는 아직 기여노력에 못지않게 홍보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은 아닐까?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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