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대부분 같은 자리에서 보내며 외계의 자극에 무심한 듯 보이지만 식물에게도 감각이 있다. 동물처럼 자극을 받아들여 인식하고 반응하는 과정을 거치는 기관은 없지만, 자극을 수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분명 감각은 성립된다.
대표적이 것이 빛에 대한 반응이다. 빛의 방향에 따라 잎의 면이나 줄기의 방향을 바꾸는 식물의 특성을 굴광성이라고 한다. 중력에 반응해 뿌리의 방향을 바꾸는 굴지성도 식물에게 존재한다. 벌레먹이말과 같이 감각모를 통해 접촉 자극을 받아들여 운동을 일으키는 식물도 있다. 또 온도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해 꽃을 피우거나 개폐 운동을 하는 튤립, 사프란 등도 있다.
한 걸음 나아가 풀과 나무에 기억과 지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고창효 경상대 교수는 식물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 '플랜트 저널'에 식물의 기억 체제를 입증하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애기장대에게 빛과 식물호르몬 적당량을 함께 자극하는 서너 차례의 '학습'을 2시간씩 반복했더니 빛만 쪼여도 기공을 닫아버리는 일종의 조건반사를 했다는 것. 그는 식물에게 뇌와 같은 기억 공간은 없지만 세포 자체에 기억하는 기능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식물이 매우 정교한 감각 체제를 지니고 있다는 가설도 실험으로 확인되고 있다. 포스텍 남홍길 교수와 유종상 박사 연구팀은 저명 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에서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위해 빛을 인지하고 양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유 박사는 가시광선에 섞인 빛의 파장과 자외선을 따로 인식해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감각 체제가 식물에도 발달해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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