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고교에서 중간고사가 끝났다. 그러나 1, 2학년 교실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요 국·사립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갈팡질팡 불안해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당국의 처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발표도 믿을 수 없어 일관된 대책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전망과 대책에 관한 핵심사항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 본다.
▨ 전형요소별 반영 전망 및 학습 비중
'내신 대란'은 지난해 봄 각종 매체에서 가장 많이 다룬 교육 관련 주제였다. 내신 관리를 잘못하면 2008학년도부터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는 내용이 연일 보도되자 내신 과외가 성행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마땅한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해 혼란에 빠졌다. 그러다가 지난해 연말에는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내신 반영비율을 낮추고 논술이나 심층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발표를 하자 전국적으로 논술 열풍이 몰아쳐 수험생, 학부모에게 또 다른 고통과 부담을 주었다.
그런데 대교협이 지난 2일 난데없이 전국 21개 주요 국·사립대학 입학처장들을 앞세워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내신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내신에 대한 긴장을 다소 풀고 있던 수험생과 학부모는 다시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됐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돌출적인 발표가 있을 때마다 일부 매체와 사설학원은 이런 저런 불확실한 정보들을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학생, 학부모에게 뿌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입시의 본질만 제대로 꿰뚫고 있다면 그리 허둥댈 필요가 없다. 제도가 어떻든 대학들은 우수 학생의 확보와 수월성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 그것이 핵심이다.
▶학생부-문제는 실질 반영비율
2008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는 어찌됐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전형, 연세대는 교과 성적 우수자전형, 고려대는 지역 인재전형 등을 통해 전체 모집 정원의 10~30% 정도를 뽑을 예정이어서 학생부 비중은 일단 높아진다고 봐야 한다. 또한 수시와 정시 모두 기본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학생부를 9등급으로 하면 성적 부풀리기는 없어지지만 학교 간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최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의 외형상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하더라도 실질 반영비율을 낮춰 다른 전형 요소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많다.
학생부 반영 과목은 서울대처럼 전 교과목을 반영하는 대학도 있지만 대다수 대학들이 국어·수학·영어에다 인문계는 사회, 자연계는 과학을 중심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생부 성적을 50% 이상 반영할 때 오로지 교과 성적만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과 같은 비교과 영역도 학생부 성적 속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등급 경계 점수가 관건
수능시험이 9등급제가 되더라도 주요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수능 등급을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시모집에서도 대부분 대학들이 수능 영역별 등급을 점수화하여 반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 비중을 무시할 수가 없다. 9등급제가 도입되면 수능 영역에서 체제로 반영하던 대학들이 체제로 반영 영역이나 과목 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시모집에서는 최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논술고사 비중이 크겠지만 수능이 학생부보다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을 9등급제로 하면 수험생들 간에 1, 2점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경쟁은 없어지지만 각 등급별 경계선에서 1, 2점이 모자라 한 등급이 내려갈 경우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 원서조차 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과목에 아무리 강하더라도 전체 영역에 걸친 공부를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대학별 고사-논술과 면접 비중 증대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와 심층면접, 적성검사 등을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서울소재 최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수시와 정시를 통틀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층면접은 정시에서도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그 비중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전년도보다 11개 늘어났다. 2008학년도에도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더 늘어나고 반영 비중도 더 높아질 것이다. 대학별고사 대비는 평소에 교과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심층면접에서는 논술고사와는 달리 영어질문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 전형 요소별 학습 비중
2008학년도 입시에서 어떤 전형 요소가 중요해지느냐 하는 것은 수시모집 비율과 정시모집 비율을 각 대학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시모집에서 대학별고사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일부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대학별고사가 당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시모집에서도 서울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들과 의학계열 학과에서는 수능 성적의 변별력이 없어져 현재와는 달리 대학별고사의 영향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 학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9등급제로 된 수능 성적을 점수화해도 지원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수능 성적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학생부 성적의 중요도는 현재보다 높아지겠지만 수능시험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능 성적을 지원 자격으로 활용하더라도 수능의 비중을 무시할 수가 없다. 대학별고사 준비는 앞으로 각 대학의 출제 방침이 발표되면 여기에 맞춰 계획성 있게 대처하면 될 것이다.
일부 최상위권 대학과 인기학과에서는 내신과 수능은 지원 자격 기준(서울대가 적극 검토 중)으로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능은 지원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자격 등급을 엄격하게 적용하겠지만 내신의 경우 지원 자격 등급 폭을 대폭 넓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내신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여기에 모든 것을 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신 반영비율이 외형상 50%가 넘어도 문제의 핵심은 실질 반영비율이다. 중간고사를 다소 망쳤다고 해서 너무 실망해서는 안 된다. 3학년까지 12번의 시험 중에서 한 번은 생각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특목고 학생이 일반 인문계로, 대도시 학생이 학군을 바꾸거나 다소 경쟁이 쉽다고 생각되는 지역으로 전학 갈 생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환경을 본의 아니게 갑작스럽게 바꿀 때 올 수 있는 심리적·문화적 충격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자퇴를 하여 검정고시를 치겠다는 생각도 당분간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면서 내신 실질 반영비율을 비롯한 나머지 세부 사항이 발표되면 그 때 가서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생각하겠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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