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마지막 행위는 죽음이다. 죽음에 이른 생명은 어느새 흔적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죽을 각오를 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들 한다. 특히 자살은 벼랑에서의 막바지 선택이다. 자살의 이유를 밝히려는 심리학자들의 노력은 오랜 세월 이어졌다. 개인적인 성향이 지목되기도 하고 사회 문화적 요인을 꼽기도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고립이라고 한다. 공동의 적에 대한 방어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전쟁 시기에는 자살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쪊자살은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가정경제가 무너지면서 파탄에 이른 일가족의 집단자살이 이어지기도 했고 공부에 지치고 집단 따돌림에 고통받던 학생들의 자살도 사회문제화됐다. 사랑의 절망으로 인한 고전적인 자살 대신 사회와 학교로부터 외면받는 사람들의 자살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의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교통사고와 엇비슷하게 10, 20대 사망 요인의 으뜸으로 꼽힌다. 20대 젊은이 서너 명만 모이면 그 중 한 명은 심각한 자살의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할 정도다.
쪊자살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고대 사회에서는 사회적 범죄자와 배우자를 잃은 과부의 자살은 당연시되기도 했다. 순교로서의 자살도 있었고 적에 대한 응징과 동료들의 각성을 위한 자살 역사도 있다. 일본에서는 충성의 표시로 자살이 선택되기도 했다. 자살에 대해 관대한 종교도 있지만 대부분 종교는 자살을 죄악시한다. 자살을 시도한 행위도 비난 대상이 된다. 이른바 식물인간의 생명 연장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쪊절망감과 함께 자살에는 항거로서의 의미도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몬 사회에 맞서 선택하는 행위가 자살로 나타나기도 한다. 누명을 씌운 조직과 사람에 대한 항거는 사회를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사람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 결과 여부를 떠나 그들의 선택은 일단 수사기관에 대한 항거로 비친다.
쪊사회구조가 극과 극으로 나눠지면서 사회적 고립에 빠진 이들의 자살이 늘어난다. 생명은 그 자체로 귀한 재산이다. 사회적 고립이 젊은이를 비롯, 우리 이웃의 생명을 뺏어간다면 이는 우리 미래의 손실이다. 고독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감싸 안아주는 사회적 안전장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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