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환교수로 온 지 4학기째,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연구에 전념하다보니 한국의 관광지는 많이 둘러보지 못했다.
수업이 없던 지난 12일, 행운이 찾아왔다. 매일신문사와 함께 영주 부석사에 들러 한국의 전통 목조건물을 둘러보고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 최초의 사액서원이라는 '소수서원'도 둘러봤다.
대구를 출발, 1시간30분 정도 걸려서 영주시청 인근 '경희궁'이라는 한정식집에 도착했다. 점심식사는 전통 한정식. 인도에선 매일 커리(Curry)와 함께 3, 4가지 반찬만 먹다 이곳에서 20여 가지 반찬과 함께 불고기를 먹으니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인도의 왕족이나 먹을 법한 귀한 음식들이다.
맨손(오른손)으로 먹던 습관 때문에 젓가락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포크로 다양한 종류의 반찬을 하나씩 맛봤다. 인도 사람인지 알고 그랬는지 이날 소고기 종류는 나오지 않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인도에서는 소고기 대신 주로 닭고기 요리를 다양하게 먹으며 저녁에는 밀로 만든 '자파티(Chapati)'와 '요커트(Yoghurt)'를 먹는다.
점심을 먹고 30분가량 걸려서 도착한 곳은 부석사. 드디어 1천300여 년 전에 지어진 한국 대표적 목조건축이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도에도 고건축들이 많지만 이렇듯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해내는 건 보기 힘들다. 부석사 무량수전 위에서 바라본 소백산 자락 풍경은 거의 숨을 멎게 할 정도였으며 이곳까지 온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일주문을 거쳐 도착한 작은 목조건물에는 4가지 독특한 형태의 상징물이 걸려있었다. 나무로 만든 북, 나무로 만든 고기, 쇠로 만든 구름판, 쇠로 만든 큰 종이 그것.
이곳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4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가 밝아오면 모든 만물이 깨어나라는 뜻으로 나무 북부터 차례대로 두르리며 해가 질 무렵에는 만물이 평화로이 잠든다는 의미로 쇠종부터 시작해 차례로 두드린다고 했다.
인도에도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수행의 방법이 다양하지만 한국 불교의 전통적인 방식도 무척 흥미롭고 의미가 닮겨있는 듯 하다.
부처를 모셔놓은 무량수전은 또 한번 한국불교의 놀라움을 느끼게 했다. 다른 절과는 달리 부처가 동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단 하나의 부처상이 근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래에는 불자들이 3천번 절을 한다는 '3천배'를 올리고 있었다. 힌두교 역시 부처를 하나의 신으로 보고 숭배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잠시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절 뒤편에는 이 절 이름의 유래가 있는 '부석(浮石)'이 놓여 있었다. 집채만한 돌이 어떻게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보면 볼수록 신기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는 한국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에도 들렀다. 500년 전 지어진 건물들로 한국 선비들의 학문하는 기풍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인도에도 '구루쿠라스(Guraukulas)'라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고대 학교가 있는데 조용한 곳에 위치해 조용히 사색하며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다. 선비촌, 소수서원을 둘러보니 한국의 옛 학자들 역시 인도와 같이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수양하며 공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주변에는 소나무, 정자 등이 쉼터 역할을 하고 있어 과거시험 등 고위 관료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당시 유생들에겐 지금의 대학과 다름없는 곳.
"인도와 비슷한 데가 많아요. 불교 사원과 서원 등을 둘러보니 종교, 학문적으로 많은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한국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라크쉬마나 고우다(63·경북대 기계공학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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