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무가내 TV?'…시청률 위해 자극적 화면 넘쳐

'개미를 잡아서 입안에 넣거나 꿈틀거리는 개미를 커피에 타서 마시고 냉면에도 띄워 먹는다' 외국 엽기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소개돼 시청자들의 눈을 의심케 한 장면이다. 방송이 나간 후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개미 먹는 여자'가 인기 검색어로 등장했고 누리꾼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외식할 때 개미 집을 들고 다니며 반찬으로 꺼내 먹는 장면 등이 여과없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엽기 방송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지켜보는 프로그램에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방송하면 어떡하냐', '호기심에 아이들이 따라 하면 누가 책임지나', '주일 학교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애들에게 개미를 잡아달라고 한 후 그 자리에서 잡아 먹는 게 말이 되냐'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시청자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을 둘러싼 적절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륜은 드라마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 되었으며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엽기, 변태에 가까운 소재마저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야심만만'은 '이럴때 내가 변태라고 느껴진다'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성적 농담이 지나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검색대왕' 코너에서는 엄마가 요가를 하면서 모유를 수유하는 장면을 내보내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온가족이 TV를 시청하는 저녁 시간대 모유를 수유하는 엄마의 가슴이 그대로 방송되어 보기 민망했으며 야심만만에 대해서는 지상파에서 다루기 저속한 내용을 담았다는 의견을 밝혔다.

KBS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은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사랑, 형수와 시동생이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 가정주부의 성매매와 스와핑, 총각파티 상대가 처형 등 불륜과 선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내용을 방송했으며 현재 인기 상종가를 기록 중인 SBS의 드라마 '하늘이시여'는 친딸이 며느리로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엽기와 변태로 여겨졌던 소재나 상황이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주 원인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려는 자극성의 확대 재생산에서 찾고 있다. 방송사 예능국 고위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을 2년 이상 제작하다 보면 소재의 고갈에 봉착하게 되고 남들이 다루지 않은 색다른 주제나 소재를 찾게 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 보편화와 인터넷 정보의 방송 프로그램의 수용이라는 대중매체의 환경변화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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