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은 한국 문화의 저수지이자 지식산업의 근간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갈수록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문학 분야의 위기는 가장 심각하다. '문학 무용론이나 문학 소멸론으로까지 확대되곤 하던 문학 위기론은 이제 문인들 사이에서 신선감마저 사라진 공론이 돼 버린 지 벌써 수삼 년이 되었다'(문학평론가 조남현)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이런 와중에도 지난날의 영화를 다시 꿈꾸는 출판사들이 없지는 않다.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출판 그룹으로 꼽히는 민음사(대표 박맹호)가 오는 19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최근까지 무려 3천500여 종을 펴냈으니 하루에 한 권꼴의 책을 낼 정도의 엄청난 성과를 기록했다. 문학을 중심으로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에도 크게 기여한 이 출판사는 자회사로 어린이 책을 주로 내는 비룡소, 판타지'SF 위주의 황금가지, 과학 위주의 사이언스북스, 경제'경영의 황금나침반 등 6개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1966년 서울 청진동에서 출발할 당시 이 출판사는 10평 남짓한 '옥탑방'이었다. 초기엔 어려움도 많았으나 1970년대부터 '세계시인선' '오늘의 시인총서'등을 내 돌풍을 일으키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시동을 걸어 그 영역을 계속 넓혀 왔다. 계간 '세계의 문학'이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과 함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욱 그랬다.
○…특히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문학상' 등을 통해 많은 '스타'를 배출,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소설가 이문열 씨는 그 대표적인 경우다. 1979년 장편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고, 그의 '삼국지'를 비롯한 총 판매량이 2천만 부를 넘어서는 '효자' 노릇을 했다. 또한 1980년대 들어 '대우 학술 총서' '이데아 총서' 등으로도 특유의 뚝심을 보여 왔다.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제일주의'세계화주의'실용주의의 목소리로 뒤덮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분야는 급격히 밀리고 있는 가운데 문학을 비롯한 인문과학의 외면은 가치 있는 삶의 영위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우리 문단과 학계에 크게 이바지해 온 민음사 박맹호 대표의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라고 한 말은 예사롭게 들릴 리 없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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