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7시 대구 최대 도심인 반월당네거리에 '붉은 악마'가 등장했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한 후보가 2대의 유세차량과 플래카드는 물론 선거운동원 어깨띠와 유니폼까지 붉은색으로 치장해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월드컵 선거'를 치르고 있었다.
이보다 조금 앞선 시각인 오전 6시 40분 수성구 지산·범물지구 나들목인 두산오거리는 '선거 거리'로 돌변했다. 대구시장과 수성구청장 후보들은 물론 시의원과 구의원 후보들의 유세차까지 모두 10여 대가 오거리를 점령했고, 후보별로 많게는 수십 명의 운동원들이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고 '홍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꼭짓점 댄스와 월드컵 응원가 등 이색 로고송까지 등장해 출근길 시민들의 시선을 잡았다.
출근길 한 시민(39·범물동)은 "두산오거리에서 이번처럼 첫 날 선거전이 치열한 적은 없었던 같다. 볼거리가 풍성했다."고 말했다.
18일 아침 대구시민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달구벌대로는 후보들과 선거운동원, 유세차 등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반월당네거리, 7호 광장, 범어네거리, 남부정류장 네거리, 죽전네거리 등 주요 교차로에서는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주인'이었다.
5·31 지방선거가 18일 개막 첫 날부터 떠들썩하다. 왜 첫 날부터 후끈거릴까?
과열·혼탁 선거를 우려해 현수막, 거리 유세, 어깨띠 착용 대상 등에 지워졌던 각종 선거운동 규제가 이번에 대거 풀렸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면 폐지됐던 현수막 선거운동이 허용돼 읍·면·동마다 1개씩을 걸수 있게 됐다. 공개장소에서 연설하는 경우 2명의 연설원을 두고 이동 중에도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거리유세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도 과거보다 완화됐다. 모양과 색상이 같은 모자, 티셔츠를 착용한 선거운동이 허용되고, 어깨띠 착용 대상도 이전보다 대거 확대됐다.
특히 선거 출마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이번부터 중선거구제와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후보 간 경쟁이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치열해진 것도 선거 열기를 뜨겁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월드컵 열기와 대유행하고 있는 꼭짓점 댄스도 선거 최대 메뉴로 등장해 지방선거를 달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오 필승 코리아'와 '고 웨스트' 등 월드컵 응원가를 로고송으로 확정한 데 이어 '꼭짓점 댄스 유세단'을 구성했다. 한나라당도 록버전의 '애국가'와 '독립군가'를 로고송으로 활용하고, 꼭짓점 댄스를 변형한 'V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후보들도 국가대표 축구팀 아드보카트호의 기본 포메이션인 '4-3-3'을 딴 공약을 내놓고 '간판 골잡이론', '감독 교체론', '월드컵 명함' 등을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돈'은 더욱 묶고, 후보 '홍보수단'은 대거 푼 것이 지방선거를 활기차고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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