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자 '라이프매일' 표지는 '희망을 읽습니다'는 제하로 탑처럼 쌓은 책 위에 한 어린이가 앙증맞게 독서하는 합성사진을 실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샵 기능이 보편화 된 요즘일지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순간을 날카롭게 분리한다는 것은 여전히 사진이 갖는 특징이랄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사진을 찍는 작업은 피사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며 세계와의 일정한 관계에 자신을 참여시키는 일"이라고 말한 수잔 손택의 견해는 탁월합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매일사진동우회의 강부만 회장(62'성호철강 대표). 제주가 고향인 강 회장을 만나 바닷가 섬마을 맛 추억과 사진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보리밥마저도 충분하지 못했던 시절. 쌀은 아예 나지 않아 쌀밥은 고작 명절 때나 돼야 구경할 수 있었다. 한참 먹을 나이에 곡식은 귀하디 귀했다. 대신 넉넉하게 퍼주는 바다가 있었다. 바지를 걷고 무릎까지만 들어가도 전복이며 구살이(성게를 일컫는 제주 방언)가 지천이었다.
"집이 바닷가에 접해 있어 방과 후 바위 틈새를 뒤지면 초등학생 손바닥만한 전복도 어렵지 않게 잡아냈죠."
갓 건져낸 전복은 강 회장에게 최상의 군것질거리었다. 상큼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맛은 지금 생각해도 별미다. 오감 중 가장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입맛이다.
그래서 추억의 고향 별미가 그리울 때 찾는 곳이 '군불로'다. 그 시절의 맛에 가까운 전복과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음식을 가리지 않지만 특히 해산물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이곳 음식이 제 입맛에 맞아요."
강 회장이 사진과 인연을 맺은 지는 약 30여 년째. 자녀를 키우면서 자라나는 모습을 담아두려고 시작한 것이 취미가 되면서 개인전(2000년)을 열었고 사진집도 발간하게 됐다. 1980년대 초 철쭉산행으로 유명한 지리산 바래봉 면양 방목지를 찾아 렌즈에 담은 사진집 '목동의 노래'는 4, 5년 동안 공을 들인 작품들이다.
"이제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장기 출사를 가본 적이 없습니다. 늘 사업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주말이나 짬짬이 다니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 것 같습니다."
요즘 강 회장이 관심 둔 피사체는 밭이 있는 전원 풍경들이다. 이 역시 새벽이나 주말을 이용해 대구에서 1, 2시간 거리의 전원을 찾아 틈틈이 사진을 찍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는 일부러 피한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라 해도 1년 또는 2년 계속 찾다보면 나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사진론이다. 덧붙여 디카의 보급에 대해서 그는 "풍경사진의 경우 디지털이 필름보다 아무래도 색 재현에서 조금 뒤떨어진다"는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다.
"평소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 제 성격 탓도 있죠. 그래도 늘 어딜 가도 사진기 한 두 대는 소지하는 게 버릇이 됐습니다."
강 회장은 매일사진동우회장을 올해로 세 번째 맡고 있다.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회원들을 뒷바라지 하는 것이 그의 보람이다. 개성이 강한 전국 114명의 회원들을 무난하게 이끌면서 올해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매일어린이사진공모전(올해 50회) 입상작들과 함께 공동전시회(대구문화예술회관'21일까지)를 열고 동우회작품집을 발간한 것도 강 회장의 숨은 공이다. 개인적으론 그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서 없앨 것과 보관할 것을 선별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제주도 음식엔 찌개류가 없습니다. 대신 탕류가 많죠. 국물이 없으면 식사를 못할 정도로 탕을 즐깁니다."
갖은 양념과 재료가 섞여 진미를 우려내는 탕처럼 다시 한번 동호인들의 개성을 살려 올해가 도약의 해로 됐으면 하는 것이 강 회장의 바람이다.
◇군불로
대구 수성구 두산동 아리아나 호텔 뒤편 한식당 '군불로'는 테이블이 없이 방 10개로 운영하고 있다. 1992년 문을 연 후 주로 전복, 문어 등 해산물과 홍어삼합, 청정 채소 같은 웰빙음식들로 식단을 구성하며 특히 살짝 얼린 뒤 엷게 저며 내놓는 안동식 문어숙회는 미식가들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보통 가격에 따라 점심과 저녁에 10~15가지 메인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문의:053)768-1113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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