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선거 국민중심당 후보로 나선 박승국 후보의 아침은 다른 후보들 아침과는 다르다. 출근시간 거리유세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대신 박 후보 자신을 부르는 행사나 단체를 직접 찾아간다. 알짜 표를 제대로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아침에도 그는 빵빵한 음악을 튼 유세차량을 몰고 전철역 입구로 가기보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참전용사 단합대회를 찾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5(오)! 박승국, 대구도 한번 잘 살아봅시다!"
선거운동 이틀째, 박 후보가 힘차게 인사를 나누지만 목소리는 눈에 띄게 잠겨 있다. "어제 오랜만에 마이크 잡고 너무 오버했나 봅니다…. 하하." 머쓱해하는 박 후보. 여러 번 선거를 치렀지만 목감기에는 장사가 따로 없다. 그래서 목캔디를 종류별로 갖고 다니며 수시로 먹는다.
올해 만 65세. 함께 경쟁하는 대구시장 후보들 중 나이가 가장 많다. 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젊다고 자부한다. 표밭 곳곳을 누비면서도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를 확인하고 일일이 답도 보낸다. 박 후보를 응원하는 문자가 대부분이고 간혹 다른 곳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아내의 문자도 보인다. "안사람이랑 문자로 자주 대화를 나눠요. 재미있더라고요."
사이버 선거운동 영역에서 그는 더 젊다. 개인 카페와 홈페이지는 '필수', 메일링 리스트는 '전공'이다. 현재 보유한 메일링 리스트만 수만 개. 오래전부터 만나 온 지인들 한 명 한 명에게서 얻어 모아온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직접 메일링 리스트를 관리하면서 정책과 공약, 선거운동과 관련된 소식을 일일이 전한다. 가끔은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의견이 적힌 답 메일은 언제든 환영이다.
최소비용 최대효율. 박 후보의 재정규칙이다. 재정이 넉넉하지 못해 선거본부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남들보다 작은 플래카드, 남들보다 작은 유세차량도 이때문이다.
올해 초에 창당한 국민중심당은 대구시민에게 아직 낯설다. 이날도 박 후보는 당을 소개하기보다 후보 자신을 알리는 데 더 중점을 뒀다. 그러면서도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알리는 것은 빠트리지 않았다. "대구의 정치지형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이날 유세는 대부분 실내행사 위주로 진행됐다. 오전엔 목련시장 상인들을 찾았고, 방송사 두 곳과 인터뷰를 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평화방송에서 방송용 연설을 녹음했다.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토론회에 참석했다. 항상 버스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는 아내 이동희(60) 씨. 박 후보는 아내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출마했던 7번의 선거에서 아내가 없었더라면 훨씬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언제나 잊지 않는다고 했다.
"'순돌이 아빠'가 선거를 하면서 얻은 별명입니다." 품이 넓고 서민적이면서 위선이나 정치적 술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듯한 별명이라서 마음에 든다는 게 박 후보 해석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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