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객의 눈·귀 열면 지갑도 열린다'…감성 마케팅의 힘!

'고객의 눈과 귀를 열면 지갑도 열린다.'

백화점, 대형 소매점 등 유통업체들이 '감성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감성 마케팅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이나 취향을 눈에 보이는 색채, 형태, 소재를 통해 형상화시키는 것. 자극을 통해 소비자들의 무의식적 반응을 이끌어 내고 이를 매출 증대로 연결한다. 이성보다 직관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감성을 자극하는 편이 좀더 쉽고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유통업체들마다 계절, 날씨, 시간 등에 따라 다양한 사내 방송 음악을 선정해 고객의 귀를 자극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행사를 마련해 '놀기 좋은 공간'임을 부각시킨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여성의류매장에는 주말 오후만 되면 감미로운 음악 선율이 매장에 퍼진다. 매장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대중음악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설치된 미니콘서트장에서 현악3중주를 비롯해 색소폰 연주 등을 직접 라이브로 연주하는 미니 음악회. 고객의 즉석 요청이 있을 때면 해당곡을 연주한다. 여기서 연주회가 열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대 후반부터 30, 40대 등 이른바 상품 구매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부들이 자주 찾는 매장이 있기 때문.

특히 학생들이 주 5일 수업체제로 들어서면서 '놀토 이벤트'를 대거 구상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달엔 '슈퍼스타와 함께하는 러브러브 콘서트', '토요열린학교', '토요댄스교실', '고성공룡세계엑스포' 체험 등의 행사를 열었다. 특히 어린이 인형극은 어린 자녀를 둔 엄마에게는 이미 정기적인 놀이터로 정해졌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마땅히 함께할 장소가 부족한 대구에서는 무료로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인형극은 매주 성황을 이룬다. 매장에서 수시로 열리는 '플로어 패션쇼'가 쇼핑 중에 얻는 뜻밖의 즐거움. 전문모델뿐만 아니라 고정고객의 자녀가 모델로 패션쇼에 등장해 고객 감동을 선사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음악 선곡에도 차별화를 시도해 요일별, 시간대별, 일기별, 장르별로 세분화하는 등 매장에 흐르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전문 대행사에서 별도로 제작한다."며 "주부들이 주로 방문하는 오전과 오후 4시까지는 감미로운 음악 위주로,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 오후 늦은 시간대에는 비트가 강하고 경쾌한 음악을 주로 보낸다."고 말했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은 대구 유일의 지하철 환승역인 반월당역에서 에스컬레이터로 막바로 매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때문에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면 피아노만 있을 뿐 연주자가 없다. 바로 무인 피아노다. 여기서부터 감성 마케팅이 시작된다. 시각 효과도 무시 못한다. 푸드갤러리의 경우 예전보다 천장을 낮춰 매장을 환하게 만들었고, 음식에 맞는 조명으로 더욱 맛깔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수성점은 전체를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본관과 별관 주차장 연결 통로에 작은 갤러리를 꾸몄다. 수성점 영화관의 경우 매장과 전혀 다른 느낌. 우주공간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조명과 미래 분위기로 사이버 스페이스를 연출했다. 최근엔 5층 아동매장에 놀이기구와 게임기를 갖춘 '키즈카페'를 열었다. 자녀가 노는 모습을 투명유리를 통해 보면서 음료수와 다과를 즐길 수 있고, 쇼핑 중 쉼터 역할도 한다.

대백 프라자점은 매주 일요일 오후 10층 중앙홀에서 실내악단 공연을 펼친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것. 계절을 테마로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을 선사한다. 아울러 최근 프라자점 12층 하늘공원에는 직접 타고 놀 수 있는 미니열차를 설치해 어린이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브랜드마다 고객 기념일에 꽃바구니와 축하카드를 보내는 것은 기본. 친필로 쓴 예쁜 엽서와 함께 신상품 카탈로그, 브랜드 세일정보 등을 보내 고객 감성을 자극하고, 명품 브랜드들은 우수 고객을 초청해 신상품 안내를 겸한 케이크, 와인 등을 곁들인 케이터링(catering) 서비스도 수시로 제공한다.

대형 소매점들도 감성 마케팅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미 가격은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다양한 고객 편의시설을 신설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 중 하나는 다양한 테넌트(임대) 매장의 확대. 특히 치과나 한의원을 포함한 병원이 주요한 테넌트로 떠올랐고 네일바·동물병원도 가장 유치가 활발한 핵심 테넌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전에는 보통 푸드코트, 수선실, 포토센터, 여행사 등이 주요한 테넌트였지만 할인점 고급화 추세와 주 5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가족단위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테넌트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 특히 이마트 반야월점의 경우 이른바 '웰빙 존'을 만들어 의원·치과·한의원뿐 아니라 심지어 네일바까지 모두 입점돼 있다. 휴일에도 영업을 하고 평일에는 오후 9~10시까지 영업을 한다. 홈플러스는 즐겁고 신바람 나는 매장 만들기를 내세웠다. 매월 일정 경비를 점별 자체 이벤트를 위해 지원할 정도. 비정기적으로 컵라면 높이쌓기, 다트게임, 음료수 볼링 등을 점내에서 실시하며 매년 4월에 열리는 창립기념 주부노래자랑 대회의 경우 점포별로 고정 출연자로 불리는 '선수'가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특히 홈플러스 대구점은 업계 최초로 직원들이 꼭짓점 댄스 공연을 매장에서 선보였고, 쇼핑하던 고객들이 함께 따라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지자 전점포가 매일 정기적으로 실시해오던 스트레칭 체조를 꼭짓점 댄스로 바꾸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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