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신문지에 둘둘 말린 넝쿨장미

결혼하고 10년이 지나도록 장미 한 송이 받은 적이 없노라고 구시렁거렸던 내 소리를 들었던지 퇴근한 남편은 빨간 장미송이를 한아름 내 양팔에 안기었습니다.

"좋아하는 장미다." 경상도 남자 아니랄까봐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습니다.

"아∼아얏"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문지에 둘둘 말은 가시 많은 넝쿨 장미에 손가락이 찔렸던 것입니다. 질서 없이 어지러이 내 품에 안겨있는 넝쿨장미를 보며 나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연인즉 그날 남편은 거래처 공장 담장을 타고 피어있는 장미가 너무 아름다워 바라보다가 마누라의 푸념이 생각나 공장장님께 부탁하여 절단기로 잘라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가져왔다는 겁니다. 장미가시에 찔리기는 했지만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나만큼 많은 장미송이를 받아본 사람은 없더군요. 해마다 오월에 피는 빨간 넝쿨장미만 보면 그날이 생각납니다.

김외숙(대구시 서구 중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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