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대표 테러사건' 선거에 어떤 영향

5.31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피습사건이 이번 선거에 미칠 영향에 각당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여야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해 불필요한 발언이나 말실수가 나올 경우 역풍이 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입단속을 하고 있지만, 제1야당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를 겨냥한 이번 테러 사건이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사건이 수세국면의 반전을 노리던 열린우리당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사건의 경우 피해자나 피해정당의 지지가 결집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일단 우리 지지층은 더욱 결집하고, 현 정권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지지층 결집 현상은 대전, 제주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근소한 차이로 열세를 보이거나, 경합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아마 대전같은 곳은 오늘쯤 여론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며 "서울 지역 기초단체장은 한 곳도 뒤지는 곳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관계자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표정속에서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우리당은 이번 사건이 아직까지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당은 그동안 전체 유권자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다. 때문에 이번 사건이 부동층에게 우리당 이반의 선택으로 연결된다면 막판 역전을 노리고 있는 우리당으로서는 반전의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당 지도부가 21일 경찰 수사과정에서 박 대표 피습현장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붙잡힌 박모(52)씨가 우리당 기간당원으로 밝혀지자 발빠르게 출당조치를 취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박 대표 피습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경찰의 잠정 결론이지만, 이번 사건에 우리당 당원이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것으로 비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각 당이 박 대표의 피습사건으로 인해 막판 선거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도 향후 득표전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대학로에서 열 계획이었던 대규모 유세를 취소한 강금실(康錦實) 후보측 관계자는 "휴일에 맞춰 대규모 유세로 바람몰이를 시도할 계획이었는데 무산됐다"며 "선거전의 동력이 떨어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는 한나라당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우리당 입장에서는 박 대표 피습사건 이후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피습으로 인해 유세지원 활동을 중단하게 된 박 대표의 부재가 접전지역 선거에서 타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총선과 수차례 재.보선 등에서 입증된 '박풍(朴風)'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허태열(許泰烈) 사무총장은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설 박 대표의 '대타'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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