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테러, 폭력 추방의 기회로

테러와 폭력에는 반드시 동기가 있다. 그리고 테러의 대상자나 목표는 그 동기와 연관된 인과관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테러의 동기와 테러의 대상 사이에 합리적인 인과관계가 일치되고 연결되지 않는 테러는 배후나 사실관계에 관한 의혹이 커진다는 말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테러 사건은 동기와 대상의 인과관계에서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이상한 테러다. 따라서 이런저런 의혹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사건의 경위를 한번 보자. 테러범이 범행 직후 맨 먼저 했던 말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성 구호였다.

집권 여당보다 더 높은 국민 지지를 받고 있는 야당 대표를 테러하는 것과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것과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전과 8범의 실직자에게는 민주주의보다는 당장 하루 세끼 식사와 일자리가 더 절박하다.

먹고 살기 힘든 사회가 불만이었다면 동기나마 이해될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테러의 대상도 야당 대표가 아니라 경제난국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 여당 쪽을 불만 표출의 대상으로 했어야 동기와 대상 사이의 앞뒤가 맞다.

결국 민주주의든 사회불만이든 범인이 말한 테러동기는 박근혜 대표와는 인과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테러범은 알 수 없는 또 다른 동기와 목적으로 야당 지도자를 공격한 셈이 된다. 그 목적은 무엇일까. 테러의 목적은 테러 대상 한 사람을 제거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데도 있지만 대상자의 동조 그룹들에게도 '봤지?'라는 공포감을 심어 제어해야 할 세력을 위축시키는 심리적 효과에도 있다.

보수 진영으로부터 '좌파정권'으로 불려온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실상 광의(廣義)의 테러에 준할 만한 물리적 폭력이나 언어폭력은 도처에서 보란 듯이 빚어져 왔다.

파이프나 죽봉으로 경찰을 치고 찌르는 것도 엄하게 보면 국가 테러에 준하는 폭력이고 총장을 쫓아내고 총장실을 점거하는 소수 운동권 학생의 폭력도 교권과 스승에 대한 도덕적 테러다.

인터넷을 이용해 보수인사나 논객, 학자, 언론인을 섬뜩한 독설로 매도해대는 언어 폭력 또한 지성에 대한 테러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당장 박 대표가 수술을 받은 걸 두고 노사모 노혜경 대표가 '처음에 17바늘 꿰맸다더니 60바늘을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이라는 이죽대는 듯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에겐 생명과도 같은 얼굴의 깊은 상처를 두고 꼭히 그런 식의 표현을 인터넷에 띄워야 했는지 노사모의 전투적인 이미지만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 발언이었다.

적절치 못하고 순화되지 못한 독설이나 저주는 언어폭력 선을 넘어 '혓바닥에 의한 인격 테러'로 볼 수 있다. 노사모 대표의 그 발언이 혓바닥 테러 수준이냐 아니냐는 느끼는 사람마다의 판단이겠지만 지각 있는 네티즌들은 연일 그녀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녀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무현을 뽑아 우리가 이루고 싶었던 정치적 진보와 증오의 재생산 단절이 대구'경북의 광풍(狂風) 탓으로 곤두박질칠지도 몰라 답답하다'고도 했다고 한다.

테러현장에는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이 합세해 폭력을 휘둘렀다는데 왜 애꿎은 대구'경북에 미친 바람(광풍)이 불어서 정치 진보를 막을까 답답하다고 하는 건가.

면도칼 테러만이 테러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혓바닥과 인터넷과 죽봉과 붉은 머리띠 불법시위대에 의한 폭력이 점점 도를 넘어서는 비민주적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박대표 테러도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어 낳은 비극이다. 그런 분위기를 빨리 잠재우지 않으면 제2의 테러는 틀림없이 계속된다. 따라서 이번 박대표 테러 사건을 정치적 음모론이나 의혹의 확대로 끌고 가기보다 폭력 확산 분위기를 잠재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박 대표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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