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도 뛰고 있어요"…고군분투하는 기초의원 후보들

"우리 동네 사느냐고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21일 오후 휴일을 맞아 가족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가득한 수성구 대흥동 대구월드컵경기장 앞.

이번 지방선거에 이 지역 기초의원 후보로 나선 한 후보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 인파는 넘쳐나지만 누가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인지 몰라서다. 결국 그는 유세차량만 남겨둔 채 발길을 돌렸다.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들만 언론 등에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기초의원 후보들이 얼굴알리기에 힘겨워하고 있다. 특히 기초의원 후보들은 확성기 사용이 금지된 탓에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거운동은 '발품팔이'다.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래 첫 휴일을 맞은 이날 대구시내 기초의원 후보자들은 해당 지역 교회와 성당을 대거 찾았다. 성당의 경우 동네별로 하나씩 있기 때문에 기초의원 후보들에겐 최적의 선거운동 공간인 셈. 미사를 마친 신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넨다.

이날 한낮 기온은 섭씨 30도 안팎. 더운 날씨 탓에 주민들의 왕래도 많지 않았다. 때문에 상가 주변을 돌며 명함을 돌리는 것이 고작이지만 "직접 만나 명함을 돌리는 것만큼 확실한 선거운동은 없다."는 것이 후보자들의 중론이다.

옷차림도 정장에 운동화가 자연스럽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발로 뛰어야할 때가 더 많기 때문.

발로 뛰는 선거운동 덕분에 진풍경도 펼쳐진다. "음료수 한 잔 마시고 가라." "이거나 먹고 하라."며 건네는 유권자들이 유난히 많다.

하지만 기초의원 후보들은 현장에서 기초의원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힘들다. 특히 기초의원 선거가 중선거구제로 바뀐 탓에 투표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주민도 여전히 많다.

한 주민은 "지난 번에는 한 동네에 한 명씩 뽑더니 이번에는 2명을 찍어야 된다카데? 안 그래도 사람 많아 헷갈리는데 기호 뒤에 '가, 나'를 붙여 더 헷갈린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한 기초의원 후보는 "제한적인 선거운동방식이고 기초의원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건 사실이지만 주민참여에 대한 기대마저 저버릴 순 없는 노릇 아니냐. 안타깝지만 조금씩 바뀔 것"이라며 다시 주민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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