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빠아앙… 부릉부릉… 끼이익, 부르릉…
교외로 빠져나가려는 차들의 악다구니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화창한 일요일을 맞아, 도시를 탈출하지 않으면 낙오자라로 몰리기라도 하는 듯, 너도나도 차를 몰고 나온 것 같습니다. 좁은 도로를 꽉 메운 차들을 가게 유리창 너머로 내다보던 찐빵집 아저씨는 또 한숨을 푹푹 쉬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차들이 지나가는데 찐빵을 사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니. 가게 앞 도로변에 찐빵솥을 걸고 구수한 냄새로 유혹을 해 보건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매일 매일 쌓이는 것은 금고의 돈이 아니라 식어 쭈그러진 찐빵뿐이었습니다.
- 아버지, 친구들 데리고 왔어요.
팔다 남은 찐빵으로 아침끼니를 때우며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저씨 턱 앞에, 아들 진구 녀석이 열 명도 넘는 친구들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아저씨는 가게 처마 밑으로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고 팔다 남은 찐빵을 한 봉지씩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팔지 못한 찐빵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며칠 전부터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줄 꽁무니에 진짜 손님 서너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까.
- 옳다! 이거로구나. 바로 이거야.
아저씨는 당장 진구 삼촌과 고모와 이모와 이웃집 총각들에게 전화를 걸어 옷을 울긋불긋하게 차려 입고 빨리 가게로 나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진구 엄마의 밀가루 반죽일을 재촉하는 한편, 찐빵솥에 불을 새로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전화를 받고, 어디 야유회라도 가려는가보다 하고 한달음에 달려온 사람들을 빵집 앞에 한 줄로 늘여 세웠습니다. 그러자 정말 거짓말처럼, 너도나도 차에서 내려 줄을 이어가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하루 종일 그 줄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 줄서는 찐빵집 찐빵 맛이 기가 막힌다 하더라.
소문은 소문을 낳고 그 소문이 소문의 손자까지 낳아 바람처럼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는 바람에, 찐빵집 앞에서부터 시작된 줄은 시내 한 복판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아저씨의 가게 옆에다 새로운 찐빵집을 차렸지만 '원조 줄서는 찐빵집' 간판이 내 걸린 아저씨네 가게에만 손님들이 들끓었습니다. 이제 교외로 나가는 사람들은 이 찐빵집 앞에만 오면 앞 다투어 차에서 내려, 교외로 가는 차표를 사듯이 찐빵을 사들고 갔습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아저씨의 배는 찐빵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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