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리 갯벌의 어머니
김찬일
물이 나가면 검푸른 갯벌이
속살을 드러낸다.
구럭을 매고 어머니는 잠시 서서
하늬바람을 움켜 머리칼을 빗으시고
아버지 술국 같은 갯벌을 알면
헤어날 수가 없지 하시며
낙조가 어지러운 선두리 갯벌로 나가셨다.
긴자루눈을 가진 붉은발 농게는 부시럭만해도
한꺼번에 뻘속으로 숨어버리고
가슴을 문질러 빠각빠각 우는
그물무늬금게는
가슴으로 울고 있는 어머니 구럭에서
영문도 모르고 빠각빠각 울고 있다.
선두리 갯벌에 물이 들어오면
모래톱 사이로 핀 갯메꽃 해당화 꽃물결타고
돌아오는 어머니 구럭에
초저녘 별빛이 내리고
칠게 민챙이 갯강구 말뚝망둥어가
잠들어 있었다.
'선두리 갯벌의 어머니', 당신은 바다 앞에서 절망하여 가장(家長)이길 포기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술국 같은 갯벌'로 나가야 했습니다. '구럭을 매고' 갯벌로 나가지만 당신은 '하늬바람 움켜잡고 머리 빗으시'는 여자입니다. 그런 당신에게 갯벌은 노동을 강요했습니다. 하루의 노동이 끝나고 '초저녁 별빛이' 내릴 무렵, 집으로 돌아오시는 당신의 '구럭'에는 '칠게'·'민챙이'·'갯강구'·'말뚝망둥어'가 가득했습니다. 한 가족의 양식이 당신의 '구럭'에 있었습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당신은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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