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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 (22)사라지는 작은골목들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시의 대대적인 도심개발계획에 따라 낡고 오래된 베이징의 후퉁이 줄지어 헐리고 있다. 후퉁은 베이징 도심의 작은 골목들을 가리키는 말로 베이징 서민들이 살고 있는 '스허위엔'(四合院)이 있는 전통 주거지역이다.

후퉁은 원래 몽골족의 우물이라는 뜻의 Hottong(井)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몽골족이 중국을 지배하던 원(元)나라 시절, 베이징의 골목마다 우물이 있었는데 이런 우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골목을 후퉁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후퉁과 스허위엔은 베이징을 대표하는 문화양식으로 자리잡게 됐다.

통계에 따르면 1949년 신중국 수립 직후 베이징에는 이름이 붙여진 후퉁만 4천500여 개나 됐으나 현재까지 남아 있는 후퉁의 수는 600개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베이징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도심이 확장되면서 낡고 오래된 것들을 철거하고 개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 문화를 상징하는 일종의 '문화코드'로 불리는 후퉁과 스허위엔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스허위엔'은 가운데 정원을 두고 북쪽에 안채, 동서남쪽에 각각 다른 독채들을 배치함에 따라 입구자(口) 형태로 된 모양. 베이징의 전통적인 주거양식이다.

그런데 베이징의 중심인 톈안먼(天安門)광장 앞을 지나는 창안제(長安街) 남쪽의 후통들은 거의 철거됐고 나머지 지역도 올림픽 이전까지는 완전 철거될 예정이다. 기자가 며칠 전 가본 베이징의 가장 유서깊은 후퉁 중 한 곳인 '치엔먼따제'(前門大街)도 가림막을 쳐두고 한참 철거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 위치한 베이징 오리구이전문점인 '취엔쥐더'(全聚德) 본점 건물도 조만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건너편 따자란제(大柵欄街) 후퉁 일부는 이미 철거돼 옛 모습을 잃었다. 인근에는 이미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 있었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깨끗한 베이징의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베이징 시당국의 배려가 오히려 500년 이상 지켜 온 후퉁문화를 없어버리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베이징의 서민들이 살고 있는 후퉁의 주거환경은 좋지 않은 편이다. 사방이 막힌 스허위엔이 밀집해 있는데다 골목 한편에는 어김없이 공동화장실과 공동쓰레기장까지 있어 여름이면 악취가 진동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후퉁은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문화상품이다. 두 사람이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좁은 곳도 있고 미로처럼 얽혀 있지만 외국인들은 삼륜 인력거를 타고 '치엔먼'과 '스차하이'(什刹海) 부근의 후퉁을 둘러보면서 집집마다 세워놓은 두세 대의 자전거를 보고 '자전거왕국' 중국을 실감하고 열린 대문으로 들여다보는 모습으로 서민들을 이해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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