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서미자 作 '뜨개질'

뜨개질

서미자

당신은 알고 계신가요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아침 이슬처럼 아름답고 슬프다는 것을

세월 가면 잊혀지는 게 남녀의 사랑이라면

세월만큼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

당신의 사랑이라는 것도

가을 들판에 피어난 들국화가

온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

어머니는 어느 새, 스웨터를 손에 들고

늦은 밤 갈대의 목처럼

긴 어머니의 뜨개질 모습

고동색 스웨터를 당신에게 내미는 어머니

애처로움 배어 있는 그 옷에

알 수 없는 아버지의 미소

그때 그것을 알고 계셨을까

어머니의 눈물

타래로 풀려나와 엮어진 그것을

어머니는 그리움을 가슴 속에 병처럼 품고 사는 여자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여자만은 아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바친 사랑은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 그 자체였고 신앙이었다. 봄에는 '아버지의 여름'을 준비하고 가을이면 '늦은 밤 갈대의 목처럼/ 긴 어머니의 뜨개질 모습'으로 '아버지의 겨울'을 준비한다. 그래서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그리움은 '아침 이슬처럼 아름답고 슬프다'.

이 땅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눈물'이 '타래로 풀려나와 엮어진' 사랑으로 고난의 시대를 견딜 수 있었다.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