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해철 "로열필 협연 파행, 오히려 잘된 일"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국내 뮤지션의 협연 장소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잠실체육관으로 변경되는 등 파행을 빚은 가운데 로열필과 협연하는 록밴드 넥스트의 신해철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신해철은 23일 오후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연의 성패는 관객 동원이 아닌 공연의 질로 판가름나야 한다"며 "좋은 음향을 내기 힘든 주경기장에서 공연하지 않는 건 천만다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열필과 국내 가수들에게 지급되는 개런티만 해도 어마어마한 액수인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국내에서는 한번도 없었던, 어떤 공연기회사도 선뜻 나서지 않던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대중가수의 협연을 감행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해철은 "주경기장에서 좋은 음향을 내려면 스피커를 올린 탑을 경기장 둘레에 세워야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취약한 기술"이라며 "이미 한 달 전부터 공연기획사에 공연장소 변경을 요구했는데 콘서트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이제야 장소가 변경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어 신해철은 "대중에겐 '음반이 몇 장 팔렸냐' '관객을 얼마나 동원했냐'로 음반과 공연을 평가하는 속물스러운 경향이 있다"고 꼬집은 뒤 "이처럼 의미 있는 공연은 예외적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번 공연을 보는 시각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잠실 주경기장에서 관객 동원에 성공한 콘서트가 반주테이프 틀어놓고 립싱크하는 아이돌 스타 공연 외에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하며 "흥행 코드에만 맞춘 상업영화와 작품성 있는 영화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해철은 "로열필과의 협연은 정말 오랜만에 국내 공연업계가 맞는 자극제 주사바늘이자 앞으로도 이어질 크로스오버 공연의 데이터가 될 '히스토리컬 이벤트'"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넥스트뿐 아니라 이수영, 바이브 등 다른 가수들도 로열필과 함께 무대에 서면 단 한 순간이라도 빗나간 음정을 내기 싫은 자존심이 발동한다고 하더라"며 "이번 공연엔 한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고 참가 뮤지션 모두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달 공연기획사 오퍼스밀렌은 24∼28일 서울, 부산, 대구에서 로열필이 국내 대중가수가 협연한다고 발표했으나 공연을 며칠 앞둔 22일 부산공연을 취소하고 서울 공연의 날짜와 장소를 변경한다고 밝혀 물의를 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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