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은행에게 독점적으로 주어졌던 법원금고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은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 운동과 정책이 금융부문에서 일정한 성과를 나타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도기업의 인수나 압류, 경매, 소송 등을 위해 낸 공탁금과 보관금이 주류를 이루는 지역 법원금고는 지역사회의 희생으로 조성된 만큼, 지역경제 회생과 발전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와 지역민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1958년 이후 법원 공탁금 등을 독점적을 차지해온 조흥은행( 현 신한은행)에 대한 '관행(?)'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지난 2004년 6월 현재 전국 법원 공탁금 잔고의 83.4%인 3조 496억 원을 조흥은행이 차지했고, 지방은행의 비중은 광주은행이 1.1%(393억 원)에 그쳤다.
이자율이 낮은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히는 법원금고는 은행수익에 커다른 보탬이 되기 때문에 대구은행을 포함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들의 법원금고 시장 진출 노력은 그동안 끈질기게 진행됐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중앙(서울) 중심적인 법원의 생리 탓인지 승자는 언제나 시중은행이었다. 대구지방법원과 대구경북지역 법원(지원)들도 조흥은행이 독점적 위상을 유지한 가운데 신한, 제일, 농협, 우리,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나누어 법원공탁금을 관리하는 체제를 형성해왔다.
지역민과 지역사회의 피눈물로 만들어진 법원 공탁금이 지역사회를 위해 다시 쓰여지는 구조가 아니라, 시중은행을 통해 역외(서울)로 유출되는 '지역경제 수도권 예속화'의 시스템으로 작동된 셈이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법원금고의 반(反)지역성에 대한 비판과 시정요구가 잇따라 제기됐다.
심지어 지난해 4월에는 여야 국회의원 161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원 공탁금 및 보관금을 지방은행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건의안을 발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같은해 11월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와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대구경북연구원, 대구상공회의소, 경북테크노파크가 '지역금융 세미나'를 공동 개최, 법원금고를 포함한 역내 공공자금을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에 예치시켜 지역금융의 공급기능을 강화시키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여론을 환기시켰다.
계명대 김영철 교수(경제학)는 "지역민에 의해 조성되는 대표적인 공공자금은 지자체 금고, 교육청 금고, 지방법원의 보관금과 공탁금,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료, 국민연금기금, 경찰청 교통법규 범칙금 등이 있다."면서 "이들 지역 공공자금 대부분이 시중은행에 예치·운영됨으로써 지역자금의 수도권 유출 경로로 활용되어 온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대구은행의 법원금고 시장 진출을 계기로, 타 지역 공공금고 유치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이를 통해 얻어진 운용수익을 벤처펀드, R&D(연구개발)펀드, 지역밀착펀드와 같은 '지역활성화펀드'에 출연해 지역의 자금흐름을 선순환 구조로 바꿔 지역경제의 맥박을 살리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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