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표할 맛 나네요"…자유재활원의 색다른 부재자 투표

"이제야 정말 투표할 맛이 나네요."

24일 오전 대구 동구 덕곡동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인 '자유재활원'에서는 이색적인 부재자 투표가 실시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회복지시설 안에 부재자 투표소가 마련돼 시설 장애인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것.

이날 부재자 투표에는 시설생활 장애인 258명이 참여, 오후 늦게까지 선거관리위원들 도움을 받아 느리지만 당당히 정치 참여의 권리를 누렸다.

이 곳 부재자 투표소는 자유재활원 측이 5·31 지방선거를 맞아 대구 동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부재자 투표소를 시설 내에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고, 선관위가 적극 호응해 기표소 3곳을 시설 내에 설치하면서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동구 을 보궐선거 이후 두 번째다.

시설 생활인 김정순(28·여) 씨는"부재자 투표소가 마련된 덕분에 난생 처음 투표를 했다. 워낙 후보자가 많아 고르기 쉽지 않았지만 일을 잘할 것 같은 후보에 도장을 쿡 찍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동안 장애인들은 투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멀리 떨어진 투표소까지 찾아가 '한 표'를 행사했지만 이동하는 것 자체가 큰일인데다 투표소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거의 마련돼 있지 않아 큰 불편을 겪어왔던 것.

시설생활인 오영호(29) 씨는"투표하러 가기가 너무 힘들어 거의 포기했었는데 이번엔 멀리 가지 않고도 투표할 수 있어 좋다. 선거 분위기가 확 나는 것 같아 기분이 더욱 좋다."고 말했다.

김흥식 자유재활원 사무장은 "그동안 시설 장애인들은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에서 소외돼 왔다. 사회복지시설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확대, 장애인들도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더욱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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