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시운전 25년 무사고 비결은 "여유로운 마음"

"'서두르지 않는 여유로운 마음'이 비결이죠."

교통사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지난 2004년 한해 동안 대구에서는 9천692건의 교통 사고가 발생, 224명이 숨지고 1만2천969명이 다쳤다. 하루 평균 27건의 교통 사고가 일어난 셈.

특히 하루 8시간 이상 운행하며 남들보다 한 발 더 빠르게 달려야 하는 택시는 더욱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개인택시 기사 하영출(53) 씨와 이영주(52) 씨가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지난 25일 '25년 무사고'의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청으로부터 '삼색장'을 받았다.

이들의 무사고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욕심을 내지 않고 방어운전을 하는 것.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여유를 갖고 운전에 집중하는 게 무사고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하 씨와 이씨가 처음 택시 운전대를 잡은 건 지난 1981년. 군 시절 운전병으로 복무하고 제대를 하자마자 택시업에 뛰어들었다. 25년의 세월만큼 도로며, 차들도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달라졌다. "제가 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대구시내 차량이 3만8천 대에 불과했습니다. 이제는 벌써 85만 대를 헤아립니다. 25년 동안 무려 차량이 22배나 늘어났어요." 이 씨는 "지금까지 운전한 거리만 해도 200만km는 될 것"이라고 했다. 지구 둘레가 약 4만km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지구를 50바퀴나 돈 셈.

철저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했다는 이들은 일부 젊은이들의 잘못된 운전 행태를 '무사고의 적'으로 꼽았다. 주로 새벽시간에 근무한다는 이 씨는 "차량이 뜸한 새벽이 되면 신호나 차선을 무시하고 질주하는 차량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마치 카레이싱을 하듯이 지그재그로 도심을 질주하는 차들을 보면 제 등에 식은 땀이 날 정도죠."

이들에게 교통법규를 어기길 채근하는 승객들도 무사고 운전의 걸림돌. "중앙선 침범이나 불법 유턴을 하라고 부추기는 승객들도 적지 않습니다. 안된다고 거부하면 '왜 다른 택시들을 다 하는데 아저씨는 안하냐'며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죠. 차분하게 승객을 설득하지만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20년 째 전국모범운전자대구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각종 행사에 교통봉사대를 지원하는 업무에서부터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각종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 혼잡한 교차로에서 질서 유지를 하거나 각종 시위 현장에 질서 유지 요원으로 출동하는 것도 이들의 몫. 하루하루 생계를 잇기도 빠듯하지만 한 달에 7, 8회는 무보수 봉사 활동에 나선다고 했다. 또한 매년 3~4차례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땀을 쏟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사고를 내지 않으려면 '불필요한 차선 변경'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아무리 위험하게 차선 변경을 하며 질주해도 얼마 가지 못해 결국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교통사고는 나만 잘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새겨두면 '행운'도 따라오게 돼 있어요."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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