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뛰어놀고 공부하면서 보람을 배워갑니다."
27일 오전 대구 수성구 파동 아동복지시설 '애활원'. 12명의 고교생들이 앉은뱅이 책상위에 문제집을 펴 놓고 아이들에게 한창 공부를 가르치고 있었다. '선생님, 나눗셈 표시는 왜 이렇게 생겼어요?'
엉뚱한 질문에 웃음이 터지곤 하지만 그들만의 작은 교실에는 진지함이 가득하다. 이 '어린 교사'들은 대구출신의 '한국과학영재학교'(전 부산과학고) 재학생들로 이뤄진 자원 봉사팀.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매월 한 차례 또는 방학중 수시로 이곳을 찾아 청소나 학습지도 등을 도와주고 있다.
"졸업전 자원봉사 이수학점(120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그런 부담감은 없어요. 오히려 아이들과 만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매월 마지막 주 귀가일이 자원봉사일. 회장 이시항(18.수성구 범어동·3년·영재학교 부회장) 군은 '영재'들의 자원봉사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책을 펴놓고 가르치는 일보다 빗자루 질이나 빨래처럼 몸으로 하는 봉사가 더욱 즐겁다는 것.
2학년 이상전(17.수성구 수성4가동) 군은 "첫 자원봉사 온 날 팬티 차림으로 아이들의 실내화를 빨고 화장실 청소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활짝 웃었다. 말이나 행동이나 평범한 고교생의 모습이지만 이들은 전국서 내로라 하는 수재들이 모이는 영재학교 재학생들.학교 얘기가 빠질 리 없다.
1학년 류정민(16.수성구 지산동) 양은 17.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자 144명에 들었다. 류 양은 "1·2차시험도 어렵지만 영재성을 판별해 내는 4박 5일간의 3차 선발시험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졸업생들은 협약에 따라 일정평점만 넘으면 카이스트(KAIST)나 포항공대 진학자격이 주어진다는 것. 당연히 수능시험은 남의 얘기.
이시항 회장은 "애활원에 올 때마다 정말 좋은 환경에서 내가 자랐구나 하는 고마움을 느낀다."며 "이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정교사 이전에 친근한 형,누나이자 좋은 역할 모델이다. 원생 이준호(10) 군은 "형들처럼 좋은 학교에 진학해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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