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권의 책] 곰 아저씨의 딱새 육아일기

특이한 제목이지만 사실이다. 책 고르는 손길을 끌기 위해 '곰'이나 '딱새'라는 단어에 무슨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게 아니다. 그래서 흥미롭다. 표지 그림을 보고, 들어가는 이야기만 읽어도 '어! 이런 일이 진짜?' 하며 절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른이라고 다를 것 같지 않다.

건설 현장을 다니며 철근 일을 하는 곰 아저씨의 유일한 이동수단이자 생계도구인 트럭. 그 갈라진 틈으로 딱새 부부가 들어와 조수석 한 켠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까지 기르는 믿기 힘든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지난해 인터넷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던 딱새 이야기는 트럭 주인이 곰 아저씨였기에 가능했다. 열세 살 때부터 공사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환경 운동에 관심을 가져 전국을 누비는 실천가로 성장한 곰 아저씨는 딱새 부부가 트럭 안에 둥지를 만들기 시작한 사실을 알고는 일 나가기를 포기한다. 딱새 부부의 집짓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동물에 대한 사랑도 사랑이려니와 집을 짓는 자신의 직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작용한 탓이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 딱새 부부가 트럭 안 둥지에 여덟 개의 알을 낳아 부화시키고 새끼를 기르는 동안, 곰 아저씨는 호기심 많은 관찰자에서 딱새 가족의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 간다. 딱새의 생태와 습성을 알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부화와 육아에 정성을 쏟는 엄마를 격려하고, 먹이를 구해 오는 아빠에게 박수를 보내며 생활도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다.

곰 아저씨가 시시각각 느끼는 감정은 육아일기를 쓰는 엄마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알에서 깨어나는 여덟 개의 생명에 보내는 축하나 먼저 죽어버린 두 마리 새끼에게 보내는 애도, 어느 날 일제히 사라진 딱새 가족에 대한 그리움, 눈도 못 뜬 여섯 마리 새끼를 찾는 애절함, 그리고 그들이 뱀의 먹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의 분노 등은 참으로 절절하다.

어린이들에게 쓸모 있는 책으로 만들기 위해 새들의 습성이나 알, 부화와 성장 등에 대한 내용을 백과사전식으로 담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책의 운명, 블로그 등에 대해서까지 시시콜콜 지면을 할애한 건 옥에 티. 그럼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은 흔들리지 않는다. 거짓말 같은 실제 사건과 주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등장인물들이 안겨주는 감동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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