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김두한 作 '종달새의 독백'

종달새의 독백

김두한

"어머니!" 하고 부르면

솔바람소리로 대답하던

고향의 산마루

그 주름진 얼굴이

보름달로 떠오르네.

"어머니!" 하고 부르면

파도 소리로 대답하던

고향의 밭이랑

그 갈라진 손등이

백합으로 피어나네.

내 한 마리 상한 짐승 되어

피 흘리며 걷던

낯선 도시, 그 빈혈 속

하늘 너머로

"어머니!" 하고 부르면

백자 등잔으로 불 밝히던

고향의 산마루

그 빛나던 눈망울이

은하수로 흐르네.

삶의 고달픔에 시달리는 우리의 최상의 안식처는 바로 '어머니'다. 그러기에 현실에서 상처받고, 절망하고, 고통 받으면 '어머니'를 되뇐다. 그러면 어머니는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온다. '보름달'. '백합'. '은하수'로 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우리가 '한 마리 상한 짐승 되어' 낯선 도시를 '피 흘리며 걷'다가 어쩌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보름달'. '백합', '은하수'를 만나게 되면 문득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갈라진 손등'이 떠오른다. 어머니가 겪은 고난의 삶은 우리의 현재적 삶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어머니, 당신은 지상에서 우리 영혼의 구원자이며 인도자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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