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래지능형자동차산업, 더 늦기전에 시작해야

"미래 지능형 자동차부품 기술화 성공 여부에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의 생사가 달렸습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성 향상 및 친환경, 편의성, 안전성 증대를 이유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략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이미 3년 전부터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 표준 규격인 '오토사(AUTOSAR; Automotive Open System Architecture)' 제정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올해 내 지능형 자동차 임베디드 시스템을 위한 소프트웨어 세계 표준 규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일종의 무역장벽이라 볼 수도 있지만 가격 및 품질 혁명을 불러올 자동차 소프트웨어 표준 규격의 경우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 된 만큼 국가 및 지역 차원의 신속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외 미래지능형 자동차산업

자동차 소프트웨어 표준 규격이 만들어질 경우 모든 업체, 차종 간 호환이 가능해진다. 호환 가능한 모듈을 차종에 따라 개수만 맞춰 넣으면 그랜저가 되고 티코도 된다. 자동차의 '레고 블록' 시대가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들도 이러한 세계 표준화, 모듈화에 동참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우 이미 소프트웨어 표준화에 따른 전자화, 모듈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 모듈화는 세계 굴지 자동차업체들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아우디의 경우 지난 1995년부터 모듈 생산에 들어갔고 벤츠, 폴크스바겐, 포드 등도 일부 차종에 대해 6~15개 정도의 모듈을 제작,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엔 BMW, 포드,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11개(코어 그룹)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 표준규격을 제정하기 위한 '오토사' 그룹이 만들어졌다. 회사마다 차종에 따라 다른 시스템과 부품을 통일, 개발 및 생산과 관련된 시간, 가격 및 품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 이들 핵심 업체 외에도 하위그룹으로 46개 글로벌 기업이 포함된 '프리미엄' 그룹, 17개 기업으로 구성된 '어소시에이트' 그룹이 있다. 국내 기업과 기관 중에선 현대기아차가 프리미엄, 만도 및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이 어소시에이트 그룹에 각각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핵심(코어) 그룹에 포함된 업체나 기관이 없고 국가적인 차원의 대응 움직임도 없다. 세계 자동차(부품) 산업에서 뒤처질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일본의 오토사에 대한 대응은 재빠르고 적극적이며 강도도 세다. 일본은 오토사와 별도로 다른 세계표준을 만들고 있다. 오토사 핵심(코어)그룹에 포함된 도요타 등을 중심으로 일본 표준 규격인 자스파(JASPAR; Japan Automotive Software Platform and Architecture) 제정에 나섰다. 이는 소프트웨어 표준 규격뿐 아니라 엔진, 바디, 브레이크 등 대표적인 5개 단위 부품군까지 모듈화하는 것으로, 오토사에 세계표준으로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각개전투', '강 건너 불구경' 정도의 용어로 설명될 수 있다.

세계표준 규격 제정 작업에 의견만 개진할 수 있는 그룹인 프리미엄에 포함된 현대기아차가 코어그룹 멤버 중 하나인 지멘스와 계약을 맺고 세계표준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토대로 국내 일부 협력업체들과 패밀리 그룹을 구성, 개별 업체 차원에서 표준화와 모듈화 등에 대응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지역의 경우 사태의 심각성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세계 및 일본표준이 적용될 경우 국내 자동차업체 중에선 현대기아차 및 현대차 패밀리에 포함된 협력 업체만이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업계의 경우 오토사에도, 현대차 패밀리에도 포함되지 않아 고전이 불가피하다. 또 현대기아차 편중이 심한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일부 업체와의 패밀리화로 납품 비율 급감 및 협력업체 등급 하락 등도 우려되고 있다.

◆지역 추진계획과 전망

그래도 다행히 늦었지만 모듈화 등 미래 지능형 자동차부품 기술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토사 어소시에이트 그룹에 포함된 DGIST를 중심으로 세계표준 규격화에 대비한 모듈화 작업 등에 나섰고 델파이 등 지역 대표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들도 '영남미래자동차부품협의회'(가칭)를 구성, 미래 지능형 자동차부품 산업화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실제 DGIST의 경우 지난 1년간의 연구 끝에 현재 10여 개의 모듈화에 성공했고, 산자부 지원사업인 지능형 자동차부품 산업화지원 RIS(지역혁신체계)사업을 신청한 상태로 사업을 반드시 유치해 750개 부품 라이브러리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능형 자동차부품 산업화 지원 RIS사업은 오는 7월부터 2009년 6월 말까지 3년간 총 50억 5천만 원을 지원받는 사업으로, 다음달 8일 발표 예정인데 지역이 선정될 경우 산·학·연·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지역 미래 지능형 자동차부품산업화 지원의 거점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사업이 선정될 경우 DGIST를 비롯, 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부 및 지역기술혁신센터(TIC), 지역혁신센터(RIC), 영남이공대 산학협력단 및 메카트로닉스(MT)센터, 대구테크노파크가 참가하고 특히 자동차부품업체로 구성된 영남미래자동차부품협의회도 동참하게 돼 산학연관 모두 사활을 건 연구 및 개발 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 구축, 연구개발, 인력양성, 기업지원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사업을 추진할 계획으로 우선 광역·초광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연구개발기관 및 선진 업체와의 네트워크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통기반기술 연구 프로젝트를 도출해 수행하고 연구개발 성과의 기업 지원 및 산업화를 추진하는 한편 설계·연구·신입 등 세분화 트랙의 교육을 정기 과정화해 미래지능형 자동차부품 개발을 위한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업수요기술이나 경영, 시험평가, 교육 등 원스톱 기업 지원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이 완료되면 광역, 초광역, 세계 R&D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전자화 부품 모듈 라이브러리 및 데이터베이스, 미래 자동차산업 연구허브 구축, 미래지능형 자동차 핵심기술 확보, 모델 베이스 방법론의 세계 연구 선도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또 지역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가 10% 증가한 378개로 늘어나고 종사자(1만 1천726명), 매출(1조 9천700억 원), 수출액(1억 9천300만 달러)이 5%, 부가가치생산은 2조 900억 원으로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능형 자동차 부품 산업화 RIS가 구축된 대구권을 중심으로 충남의 자동차부품연구원 및 자동차전장부품센터, 울산 자동차기술지원단, 부산 자동차부품기술지원센터 등 국내 기관은 물론 현재 MOU를 체결했거나 공동연구 논의 중인 영국 DsysD, 미국 MIT, 일본 나고야대학 등 국·내외를 잇는 미래 지능형 자동차 부품 산업화 지원 거점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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